7개월 넘도록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했다 / 김상희
[칼럼]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작년 11월, 8년 동안 활동지원을 해 주던 분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건강상 이유로 그만두시는 분을 붙잡기도 어렵고, 이 분이 나의 활동지원을 평생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교체될 때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시라고 아주 쿨하게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활동지원사 구인이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오랫동안 활동지원사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긴장감을 놓고 살았던 것 같다.
독립한 지 18년이 되도록 수십 명의 활동지원사 교체가 있었지만, 어려운 구인 끝에 언제나 때에 맞춰 새로운 사람이 왔다. 지금은 몇 년 전보다 활동지원제도도 더 안정되고 전국적으로 활동지원사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수백 곳이 넘으니 ‘설마 내 활동지원사 한 명 못 찾을까’하는 자신감이 있었다.
- 나는 까다로운 이용자인가?
나는 키가 160센티미터의 보통 체구지만, 장애 특성상 몸을 지탱하는 힘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활동지원사들이 나를 지원할 때 실제 나의 몸무게가 조금 더 실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안정적으로 활동지원을 받으려면 엄청난 힘은 아니더라도 활동지원사에게 어느 정도의 체력이 요구된다. 몸무게가 늘어날 경우, 활동지원사가 더 힘들어하거나 교체 시 활동지원사 구하는 게 어려울 같아서 몇 년 전부터는 일부러 밥을 적게 먹고 있다. 살찌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지만, 나잇살이 찌는 건 막을 수가 없다. 이젠 농담 삼아 힘센 활동지원사가 제일 좋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조건으로 연세가 많은 활동지원사분은 연계 받기 힘들다. 물론 연계를 안 받아 본 것은 아니다. ‘체력이 좋다’는 말만 믿고 60세 이상의 여성 활동지원사 연결도 받았다. 안타깝게도 100% 가까이 하루 이틀 하다가 그만두거나 한 달 이내 퇴사했다. 활동지원시간이 짧았는데도 나를 지원하다가 함께 넘어지는 사고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현재 활동지원 현장에는 대부분 60세 이상 여성들이 지배적으로 많다. 활동지원 교육 현장에는 노년을 대비하고, 시험 형태가 아닌 현재에 자격증을 미리 따놓겠다는 목표로 등록하는 분들이 많다. 교육을 이수해 놓고 더 나이 들어서 ‘일할 게 없어지면’ 그때 활동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등록생에 비해 활동지원사가 부족한 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다.
지금 나는 7개월이 넘도록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지역의 활동지원 중개기관마다 다 연락해도 한두 군데 빼고는 연락 한 통 없다. 그 한두 군데 중개기관에서 몇 번 활동지원사를 연결받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거리가 멀어서, 내가 너무 중증장애인이라서 거절 당하고, 60세 이상 된 분의 제안은 내가 받지 않았다.
이쯤 되면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혹시 활동지원 코디네이터들이 내가 고령층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지, 지금 활동지원제도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 지각이 없는 까다로운 이용자로 낙인찍힌 건 아닌지 검열하게 된다.
사실 짧은 시간도 아닌,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늘 같이 있어야 하는 입장에서 되는대로 연결받아서 활동지원을 받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체력이 안 되는 분을 만나면 화장실 두 번 갈 것을 어떻게든 참아서 한 번으로 해결하고, 성향이 안 맞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정신적 고통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활동지원 중개기관 코디네이터 한 명 한 명 붙잡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나 그렇게 까다로운 이용자 아니라고 말이다.
- 중증장애인 가산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활동지원사를 못 구하고 있는 것이 전부 중개기관의 잘못도 아니고, 중개기관을 탓하지도 않는다. 다만 활동지원사 모집이 기존 인프라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개인적으로도 활동지원사 모집 광고를 내며 유료 광고비만 20만 원 넘게 지출했어도 구하지 못하는 건 확실히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중증장애인 개인의 어려움이 아니라 동료 중증장애인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일종의 ‘중증장애인 기피 현상’이다.
활동지원 급여 종류 중에 중증장애인 가산수당(시간당 2,000원)이란 게 있다.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모집할 때 수월한 조건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가산수당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우선 1순위 대상은 종합조사 결과, 기능제한(X1) 영역 합산 점수가 성인의 경우 446점 이상이어야 한다. 기능제한(X1)에서 446점이 나오기 위해서는 최중증 사지마비장애인에 경미한 정신적 장애도 있어야 한다. 나는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기에 가산수당 대상자가 될 수 없다.
2순위는 더욱 까다롭다. △발달장애인으로 공격성·돌발행동 등 행동장애가 심한 사람 △와상·사지마비 및 개인의 특성(몸무게) 등으로 대소변 처리, 목욕, 이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기존 인정점수 440점 이상으로 1순위 대상자였으나 갱신 후 1순위에 미해당하는 사람 등의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2개월 이상 활동지원사 연계가 되지 않거나 3개월간 6회 이상 활동지원사가 교체될 만큼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 지자체에서 예산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 이때,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되는데 증명해야 할 내용은 모두 이용자의 몫이다. 그런데 2개월 동안 활동지원사를 연계 받지 못한다면 그동안 장애인은 미라처럼 바싹바싹 말라 죽으란 말인가?
- 중증장애인 기피 현상은 제도의 문제, 국가가 나서서 대책 마련해야
내가 독립을 한 이유는 나의 장애를 탓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나의 중증장애를 탓하기 시작했다.
현재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퇴행해 가는 신체적 기능을 애써 부여잡으며 장애가 더는 진행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료에 매달리고 있다. 매달 급여 3분의 2를 재활 치료에 지출한다. 마치 나 자신이 장애 혐오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내가 스스로 장애를 받아들이려면 기본 생존의 욕구가 부정당하지 않아야 하는데 누군가로부터 기피되는 상황에서는 순수하게 장애를 인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10년 전, 활동지원제도가 실행된 이후부터 나는 혈연 가족으로부터 눈치 보는 일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나는 기존 활동지원사까지 그만둔다고 할까 봐 눈치를 보고 있다.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일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게 얼마나 참담한 일인지 중증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은 알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기피하는 조건들이 더는 늘지 않게 신체적 기능 저하를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문명화된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가.
분명 활동지원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개선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택해져서, 가족 활동지원을 늘리거나 서비스 단가를 조금 올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여 더 이상 일할 게 없어 밀려난 고령층만이 택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게 존중받는 직업으로써 자리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현 제도의 문제를 국가가 더는 민간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멋진 글은 못 쓰지만,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인권운동이다. 비장애 중심의 정상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의 언어로 말하기를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