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54명, 반대 2명… ‘서울시 탈시설조례’ 드디어 제정
찬성 54명, 반대 2명, 기권 7명… 최종 가결 탈시설조례 제정 소식에 500여 명 활동가 ‘환호’ “탈시설조례 제정은 당연한 흐름, 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나아가야”
21일 오후 3시 28분, ‘찬성 54명, 반대 2명’으로 서울시 탈시설조례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며 서울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서울시는 탈시설 장애인의 체계적 지원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게 됐다.
- 찬성 54명, 반대 2명, 기권 7명… 최종 가결
21일 열린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조례)’가 통과됐다. 안건 중 39번째로 상정된 탈시설조례는 재석 의원 63명 중 54명이 찬성해 최종 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단 2명(김제리·김화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의 의원은 기권했다.
안건 표결 전 탈시설조례 찬성과 반대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다른 안건에는 없었던 찬반 토론이 열렸다.
반대 측에서는 김소영 민생당 의원, 김화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김소영 의원은 탈시설조례 제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공청회나 토론회도 제대로 개최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표결에서는 반대표가 아닌 기권표를 던졌다. 김화숙 의원은 비용 문제, 수요와 공급 등을 거론하며 반대했고, 끝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 측에서는 권수정 정의당 의원과 탈시설조례를 대표발의한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이들은 이미 탈시설조례 제정이 늦었음을 지적하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 선언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권수정 의원은 “탈시설이 특이사항이 아니라 시설거주가 특이사항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윤기 의원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돌봄을 값싸게 시설에 떠넘겼다”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반대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탈시설조례 제정 소식에 500여 명 활동가 ‘환호’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던 토론에 비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탈시설조례 제정이 확정되자, 시의회 앞에 모였던 500여 명의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본회의가 시작되는 2시 전부터 모여, 시의회 앞에서 피켓팅을 하며 의회로 들어서는 의원들에게 탈시설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가 담긴 내용의 전단을 전달했다.
이날 현장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뇌병변장애인, 발달장애인 활동가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들도 함께했다. 이들의 손에는 “더 이상 우리를 시설에 가두지 말아라”, “발달장애인 자녀가 더 이상 시설에 살지 않게 해주세요” 등의 피켓이 들려 있었다.
탈시설조례 제정이 확정되자 모여 있던 활동가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탈시설조례 제정을 위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은 지난 14일부터 오전 11시 매일 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장차연은 4월 5일부터 서울시청역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에 ‘탈시설조례 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본회의를 며칠 앞두고는 서울시의원들에게 “탈시설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호소하기도 했다.
- “탈시설조례 제정은 당연한 흐름, 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나아가야”
이번에 통과된 탈시설조례는 지난 5월 25일 서윤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탈시설조례의 수정안이다. 수정안에서는 탈시설 대상이 되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정의가 축소됐다. 여기에는 서울시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원안에서는 장애인복지법 58조를 따랐으나 수정안에서는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이 제외되고, 장애유형별 거주시설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만을 대상으로 한다. 정수용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이 13일 상임위에서 “탈시설이 적용되는 거주시설에서 영유아시설, 단기거주시설, 공동생활가정을 제외하는 게 적절하다”고 한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원안보다는 의미가 퇴색됐지만, 서울시의 탈시설조례 제정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게 활동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중앙정부보다 앞선 2009년부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시행했기에 탈시설조례 제정은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 일반논평5호에는 ‘지속적으로 시설화를 방지하고, 소규모 거주시설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시설을 폐쇄할 것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8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진형식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회장은 “탈시설조례 제정으로 세부적인 탈시설-자립생활 규정과 책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는 탈시설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10대 서울시의회 마지막 회기에라도 제정되어 다행이고 매우 환영한다”라며 “서울시에 탈시설조례가 제정된 만큼 중앙정부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탈시설지원법 제정에 힘을 모으자”라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하면서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 정의한 사람을 말한다.
2. “장애인거주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별표4 제1호 가목 및 나목에서 정의한 시설을 말한다.
3. “장애인탈시설”(이하 ‘탈시설’이라 한다)이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인이 자기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4. “장애인지원주택”(이하 ‘지원주택’이라 한다)이란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한 주택을 말한다.
5. “장애인자립생활주택”(이하 ‘자립생활주택’이라 한다)이란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 제2조 제5호에서 정의한 주택을 말한다.
6. “거주시설 변환”이란 서울특별시가 지원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 탈시설 장애인의 주거지원 및 지역사회통합,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제3조(대상자) 서울시 관할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에게 적용한다.
제4조(기본원칙) 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편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②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며,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에 필요한 공적자원을 충분히 지원한다.
③ 장애인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한다.
제5조(시장의 책무) 시장은 탈시설을 통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책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1.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및 지원
2. 탈시설 정책 기본계획의 수립 및 실행
3. 자치구 및 민간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4. 그 외 탈시설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
제6조(기본계획 등) ① 시장은 탈시설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지원하기 위하여 탈시설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
② 기본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정책의 기본 방향
2. 운영 및 지원체계
3. 주요 성과기준 및 연차별 목표
4. 필요 재원 확보 및 배분
5. 그밖에 정책 추진에 필요한 사항
③ 시장은 기본계획에 근거하여 매년 탈시설 실행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제7조(협의체) 시장은 탈시설 정책 등을 자문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둘 수 있다.
제8조(사업의 범위) 시장은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
1. 지원주택 및 자립생활주택의 운영
2.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자립 지원
3.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4. 소득보장을 위한 공공일자리 제공
5. 장애인거주시설 변환 지원
6. 탈시설 관련 조사·연구·교육
7. 그 밖에 탈시설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제9조(예산 지원) ① 시장은 예산의 범위 안에서 탈시설 사업 수행을 위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사업을 수행하는 자치구 또는 민간에 지원할 수 있다.
② 이 조례에 규정된 사항 외에 보조금의 지원 및 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은「서울특별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를 따른다.
제10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 칙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