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김광호에 “장애인차별 모의재판 피고인으로 출석해라”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편의시설 미비 자진출석해도 조사 못 받는 장애인… 조사 거부 전장연,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모의재판 열기로 “김광호 재판 출석하면 조사받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피고인으로 모의재판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혐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이다.
앞서 전장연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경찰서 조사를 거부하며 김광호 청장을 향해 서울 시내 경찰서에 대한 장애인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이에 응하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남대문경찰서 한 곳에서 전장연 사건을 병합수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장연은 2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청장 입장은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을 가리려는 꼼수”라며 모의재판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 “김광호 청장이 모의재판 출석하면 남대문서 자진출석할 것”
전장연은 지난해부터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 쟁취 투쟁을 진행 중이다. 올해 6월 말까지 36건의 사건으로 전장연 활동가 28명이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일반교통방해, 철도안전법 위반, 기차교통방해 등의 혐의다.
지난달 14일부터 전장연은 혜화경찰서, 용산경찰서, 종로경찰서 등으로 자진출석했지만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서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이 조사실로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등편의법 6조는 국가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시행령 별표 2에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시설이 나오는데, 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파출소, 지구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대상시설은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승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설명돼 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20년 전에 이동권 투쟁을 하다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갔다. 그때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1층 임시공간에서 조사받았다. 공간을 만드느라 한두 시간 대기했다. 현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편의법 등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모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데 경찰서에는 왜 아직도 계단과 턱만 있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박김 대표는 “경찰서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러 가는 곳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를 받았을 때도 가는 곳이다.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나서야 할 경찰이 되레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 그런데 김광호 청장은 무슨 자격으로 전장연을 처벌한다는 건가? 전장연 처벌하기 전에 경찰부터 스스로 처벌하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에 전장연은 29일 오후 3시, 김광호 청장을 피고인으로 소환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에 관한 모의재판을 열기로 했다. 박경석 대표는 “경찰은 경찰서 건물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 이전에 지어져서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광호 청장이 피고인으로 모의재판에 출석해서 불법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를 제대로 밝혀달라. 또한 모의재판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모의재판 결과에 따라 31일 오후 2시에 남대문경찰서에 자진출석해 조사받겠다. 김 청장이 모의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따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서울경찰청 1층 민원실로 가서 모의재판 출석요구서를 접수했다.
한편 기자회견 내내 반대편에서 ‘전장연 체포 요구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자유의바람, 자유대한호국단, 청년포럼시작 등의 단체들은 “장애인이라고 봐주면 그게 장애인 차별이다. 불법 시위를 일삼는 전장연을 지금 당장 구속하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