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에 전시된 장애인의 역사적 살인, T4
전장연 “장애예술, 대통령의 정치 선전 도구로 사용하지 마라” 장애예술전 열리는 청와대로 134개 삭발함 들고 행진 철창에 갇힌 장애인, 이것은 왜 예술이 아닌가
청와대 첫 전시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이 선택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보도자료에서 “장애 예술인의 전시공간을 많이 확보하고 전시 기회도 대폭 늘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자리라고 밝혔다. 실로 윤 대통령은 장애예술에 관심이 많은 듯 보인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예술가 김현우 작가를 대통령실로 초청하고, 7월 25일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발달장애 작가들의 그림 15점을 걸었다. 장애인은 귀빈 대접을 받고 장애예술인들의 작품은 촉망을 받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대통령의 취사 선택된 관심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여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장애예술인 특별전 개막식이 열리는 31일은 삭발 투쟁 101일 차 되는 날이었다. 그 시간 동안 134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삭발했다. 전장연은 134명의 머리카락이 담긴 삭발함을 들고 전시가 열리는 청와대로 향했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예술작품 전시가 시혜와 동정의 시선에서 대통령의 정치 선전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진짜 장애인의 삶’을 알리는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알렸다.
- 철창에 갇힌 장애인, 이것은 왜 예술이 아닌가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철창 안에 자기 몸을 가뒀다.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수용시설에, 집에 갇혀 있는 장애인의 삶을 표현한 ‘퍼포먼스’였다. 철창에는 “더 이상 예산 문제로 장애인권리 미루지 말라!”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오후 4시 30분, 청와대 매표소 앞. 사전 예매를 통해 표를 예매한 이들을 매표소 직원은 아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방패로 막아섰다. 경찰은 박경석 대표가 탄 철창은 “시위 물품”이고, “일반 관람객의 관람에 방해된다”며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관람을 원하면 철창에서 나오라고 했다.
“저희도 장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왔어요. 장애인의 삶을 전시하기 위해 일부러 철창에 들어간 거예요. 이건 현대미술이에요. 현대미술 안 봤어요? 왜 마음대로 시위 물품이라고 합니까? 이건 퍼포먼스, 행위예술이에요.” (박경석 대표)
경찰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다”며 재차 막아섰다. 문화재청 직원까지 나와서 “관람 규정에 따라 철창은 안되며 휠체어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해당 관람 규정을 보여달라”는 박 대표의 요청에 “관람 규정을 갖고 오겠다”며 들어갔다가 나온 문화재청 직원은 “관람 가능하다”며 철창째 들어오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비키지 않았다.
“종로경찰서 월권하지 마세요. 국가 공권력 남용입니다.” (박경석 대표)
매표소 직원도, 문화재청 담당자도 관람 가능하다고 했지만 무장한 경찰은 좀처럼 비켜설 줄을 몰랐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 1939년 독일 나치와 2022년 한국 기재부의 공통 시선
“예술 작품 들어갑니다.”
철창 안에 갇힌 박경석 대표가 전시가 열리는 청와대 춘추관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곳에는 장애인 예술가 50명의 작품 60점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 잘린 머리카락이 담긴 하얀 상자를 탑처럼 쌓았다. 철창 안에 들어간 박경석 대표는 그 스스로 ‘장애인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1939년 독일 나치가 당시 선전했던 ‘T4선전물’을 응용해 오늘날의 한국사회에 빗댄 작품들을 펼쳤다. 장애인의 삶을 시민적 권리가 아닌 돈의 관점으로 보는 것, 그래서 장애인을 쓸모없고 단지 국가 예산을 축내는 존재로 보는 기획재정부의 시선이 그 작품들 안에 담겨 있었다.
T4는 1939년 독일 나치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30만 명의 장애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나치 정부는 “장애인 한 명에게 들어가는 일일 비용으로 건강한 일가족 네 명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고 홍보하며, 장애인에 대한 돌봄 비용이 노동자의 부담을 가중한다고 했다. “살균은 처벌이 아니라 해방이다. 세 명의 장애아이들, 누가 이들을 책임지기를 원하겠는가?”라며 장애인에 대한 학살이 모든 이들을 위한 ‘해방’이라고도 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나치의 장애인 학살은 독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혹은 묵인 속에서 진행됐다”면서 “이러한 선전물들은 장애인들한테 돈 쓰느니 차라리 안락사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오늘날의 한국사회와 닮아 있다. 지난 30일,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물가 인상으로 인한 자연증가분만 소폭 반영됐을 뿐, 전장연이 줄곧 요구해온 장애인권리예산(탈시설,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교육권, 이동권, 노동권 등)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은 내년에도 버스조차 탈 수 없고, 시외 간 이동은 못하며, 장애아동은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수용시설에 보내질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부모는 장애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할 것이다. 전장연이 정부 예산을 쥐고 흔드는 기획재정부에 “한국판 T4를 멈춰라”고 외치는 이유다.
- 청와대 춘추관에 울려 퍼진 T4 “우릴 죽이지 마십시오”
청와대 춘추관 벽면엔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예술작품 60개가 걸려 있었다. 그 앞에 철창에 갇힌 장애인과 잘린 머리카락이 놓였다. 무엇이 진짜 장애인의 삶에 더 가까울까.
“T4가 더 슬픈 것은 잊혔기 때문이에요. 그 역사적 사건 이후 ‘더는 이러지 말자’고 사회가 이야기한 게 아니라, 장애인의 죽음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어요. (벽에 걸린 예술작품을 가리키며)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잘 표현하는데 우리가 역사적으로 겪은 살인, 아픔, 차별을 표현한 것은 없어요. ‘장애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해’. 장애를 꽃처럼,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사회를 우리는 거부합니다.” (박경석 대표)
T4를 기억하기 위한 노래를 틀었다. 그 노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는 노동을 하는 ‘중증장애인 맞춤형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만든 노래였다. 이들은 대부분 탈시설 장애인으로 이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되어 시설에 수용됐던 최중증장애인이었다. 이 일자리의 직무 중 하나가 문화예술이다. 그들이 만든 노래를, 청와대 춘추관에서 사람들이 낮게 따라 불렀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결정하는 것
그 누구도 나의 의지 앗아갈 수는 없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결정하는 것
빼앗길 수는 없네
국가는 우리 삶 외면하고 수많은 죽음을 방치하네
방 밖으로 시설 밖으로 나와 우리는 이제 살고 싶습니다
우릴 가두지 마십시오 우릴 죽이지 마십시오
우리 목소릴 들으십시오
39년 T4사회 대한민국
39년 T4사회 지금 이곳
_ 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