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죽임 당하는 뇌병변장애인들, 지하철에서 권리예산 촉구
공덕역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경로 변경 WCPD 맞아 뇌병변장애인들, 권리예산 촉구하며 지하철 시위
7일 아침 8시, 여의도역 승강장에 십여 대의 휠체어가 들어섰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아래 한뇌협) 활동가들은 전날인 6일 세계뇌병변장애인의날(WCPD)을 기념해 이틀간 진행된 ‘한국뇌병변장애인의 날(KCPD) 정책 컨퍼런스’를 마친 뒤, 이날 역사에 모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함께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탔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는 데 필요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서다. 선전전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출근하자”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의 구호와 함께 2시간가량 진행됐다.
장애인의 출근길은 지하철을 탄 지 20분 만에 막혔다. 공덕역 내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소식이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뒤늦게 전해지면서다. 선전전 이동 경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원래 여의도역을 출발해 공덕역을 거쳐 삼각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환승해 혜화역에 하차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은 국회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이종광 한뇌협 경북경산지회장은 준비해 온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지회장은 “우리 뇌병변장애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으로부터 죽임을 당할 위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뇌병변장애인종합지원체계 마련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거듭 촉구했다. 제주도에서 온 천선자 한뇌협 제주협회장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살고 싶다”고 외쳤다.
외국에서 온 시민들도 이날 선전전에 함께하며 장애인권 보장에 목소리를 더했다. 유럽에서 온 태아 씨는 “오늘 집회에 함께하며 (장애인들을 향해) 화를 내는 사람들을 봤다. 그런데 누군가를 계속 위험에 빠뜨리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이 투쟁은 모두를 위한 투쟁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온 슈헤이 씨는 “사회 구성원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회를 위해 애쓰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집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고맙고 기쁘다”고 밝혔다.
10시경 혜화역에 도착하기까지, 이들의 투쟁 현장을 사진으로 전한다. 오는 10월 17일에는 11월 국회에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광화문역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외치는 장애인들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