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사업 한 군데로 ‘통합’한 서사원… 결국 돌봄 공백 생겼다

서사원 산하 13개 재가센터 중 활동지원사업 단 2곳 2곳 중 1곳 폐업… 서사원 “축소가 아니라 1곳으로 통합” 축소 아니라더니 결국 서비스 끊긴 이용자 발생 황정일 대표이사는 노조 탓만… “고임금이 문제” 노조 “이동·대기시간은 노동시간 아닌가? 공공성부터 회복하라”

2022-12-08     하민지 기자

지난 9월 30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아래 서사원)은 노원구청에 노원종합재가센터(아래 노원센터)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폐업 신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아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서사원은 활동지원서비스 같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곳인데, 일방적 폐업 신고는 공공성을 축소하는 거라고 규탄했다.

서사원은 ‘축소’가 아니라 ‘통합’이라고 했다. 서사원 산하 13개 종합재가센터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노원센터와 성동종합재가센터(아래 성동센터) 단 두 곳뿐이었다. 서사원 측은 활동지원사업을 성동센터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통합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축소일까, 통합일까. 노조와 서사원이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현판. 사진 비마이너DB

그런데 서사원의 말이 자꾸 바뀐다. 종합재가서비스팀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전문성 제고를 위한 통합이라 했다. 교육지원팀은 서울시가 폐업을 권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정일 대표이사는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 출석해 “(활동지원사가 높은 임금을 받는) 현 임금 구조 체계로는 새로운 위탁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게 내 기본 원칙”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센터를 슬림화”하는 거라고 말했다.

이유가 뭐든, 서사원 측은 “축소는 절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언론을 통해 연일 노조를 비난하는 황 이사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언론 인터뷰마다 강조했다.

축소가 아니라면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서비스 폐업 이후에도 기존 이용자가 계속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생겼다. 정도가 심한 지체장애인(기존 1급) ㄱ(64세) 씨는 노원센터에서 4년 넘게 월 120시간을 이용하던 활동지원서비스가 하루아침에 끊겼다. 서사원은 ‘민간에서 (활동지원사를) 구하시라’고 대응했다.

ㄱ 씨의 자녀 박선미(40세) 씨는 “민간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일부러 나라에서 운영하는 서사원을 찾아간 건데 갑자기 서비스가 끊기니 너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진석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장애인 공공성 포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노원센터 폐업하면서 활동지원 끊겨… 서사원 ‘민간에서 구하시라’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사업은 지난 10월 29일에 종료됐다. 같은 달 30일부터는 성동센터에서의 통합운영이 시작됐다. 노원센터로 출근하던 활동지원사 21명은 모두 성동센터로 출근해야 했다. 노원센터에서 성동센터까지는 약 20km,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거리다.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자 활동지원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서사원은 활동지원사에서 요양보호사로 전직할 것을 권유했다. 서사원 산하 13개 종합재가센터 모두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로 전직한다면 굳이 성동센터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노원센터에 계속 남아있거나 인근 다른 종합재가센터로 출퇴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사실상 축소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인 활동지원사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ㄱ 씨의 활동지원사는 요양보호사 전직을 희망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ㄱ 씨는 이런 사실을 노원센터 활동지원사업 종료일(10월 29일)로부터 2주 전에 알았다. 서사원은 ㄱ 씨에게 노원센터 폐업을 통보하면서 ‘활동지원사와 함께 성동센터로 옮기셔도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성동센터에서 활동지원사를 매칭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0월 29일이 다가오는데도 서사원은 ㄱ 씨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10월 28일 금요일, ㄱ 씨와 4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활동지원사는 ‘이제 그만 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ㄱ 씨 집에 있던 자신의 짐을 정리해 나가버렸다. 활동지원사는 요양보호사로 전직할 예정이고, ㄱ 씨는 아무런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지원서비스가 끊겨 버렸다. 박선미 씨가 서사원에 항의하니 ‘코로나19 기간이라 교육생만 많고 실습생이 없다. 활동지원사가 구해지지 않는다. 민간에서 구하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씨는 “어떻게 사업 종료일 직전까지 한 마디 연락이 없을 수가 있나.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미리 언질이라도 했으면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무슨 무책임한 대처인가”라며 분노했다. 또한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이렇게 다시 민간으로 가라고 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ㄱ 씨와 박 씨는 민간기관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ㄱ 씨의 활동지원시간은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 ㄱ 씨처럼 활동지원시간이 적은 사람은 민간 활동지원사의 기피 대상이 되곤 한다. 적은 시간을 일해선 많은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ㄱ 씨는 이번에도 이 같은 이유로 여러 민간기관에서 거절당했다. 수소문 끝에 중랑구에 있는 한 기관에서 활동지원사가 겨우 매칭됐다.

사회서비스원은 이처럼 민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복지서비스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그러나 서사원은 공공성 실현은커녕, 설립 목적을 배반한 채 ㄱ 씨를 다시 민간으로 내쫓았다.

박 씨는 “활동지원사업의 통합, 노동자 출퇴근 거리 연장 등 내부적 문제는 서사원의 문제다. 서사원이 알아서 해결하고, 이용자에게는 돌봄 공백이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대체인력조차 구하지 않고 졸속으로 일을 진행하다 우리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 활동가가 ‘사회서비스원 통폐합 = 사회서비스 공공성 후퇴, 결사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예산 부족하다면서 활동지원사업만 축소?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사업 폐업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박정호 종합재가서비스팀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폐업’은 행정 행위에 따른 절차일 뿐, 실제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과는 무관하다”며 “활동지원사업에 별도의 전문가를 모시고 센터장으로 임명해,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문가를 별도로 모신다더니 노원센터에서 활동지원사를 관리하던 파트장 ㄴ 씨가 ‘통합’된 활동지원사업의 관리 책임자가 됐다. ㄴ 씨는 노원센터 활동지원사 중 길어진 출퇴근 거리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에게 요양보호사로의 전직을 권유하기도 했다. 오대희 노조 지부장은 “폐업 이유로 전문성 강화를 들면서 기존 파트장을 관리 책임자 자리에 앉히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반박했다.

서사원이 노조에 보낸 공문. “서울시의 위탁사업 신규공모 자제 권고에 따라 노원센터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업 공모에 미응모 하기로 결정하고 성동센터로 통합하여 운영함”이라 적혀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는 위탁사업 신규 공모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적이 없다. 우리도 기사 보고 알았다. 아무것도 모른다. 전부 서사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사원 측은 예산 때문에 ‘통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지희 교육지원팀 대리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로부터 신규 (활동지원) 사업 위탁 공모를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2023년 예산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서울시 예산이 축소될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종합재가서비스팀장 또한 “모든 공기업 예산을 축소하는 게 윤석열 정부 기조다. 서사원 예산도 축소할 거라는 얘기가 있다. 그렇지만 예산 축소만을 이유로 ‘통합’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의회는 서사원 예산을 100억 원이나 삭감했다. 이에 민주노총 등은 “서울시민이 돌봄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서사원을 강력 규탄하기도 했다.

투입할 예산이 모자란다면서 13개 종합재가센터 중 두 군데밖에 없는 활동지원사업은 한 곳을 폐업하고, 모든 종합재가센터가 운영 중인 요양서비스는 그대로 시행 중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목적인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어떤 서비스도 줄지 말아야 하지만, 유독 활동지원서비스만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줄어들었다.

요양서비스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징수할 때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함께 징수한다. 따라서 활동지원서비스보다는 수입원을 충당하기가 용이하다. 이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되는 반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조세방식으로 운영한다. 공적 재원을 충분히 투입해야 활동지원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다.

서사원의 노원센터 폐업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도 이런 상황을 인정한 바 있다. 비마이너의 지난 7월 기사에 따르면 박성규 서울시 복지정책과 사회서비스팀장은 “서사원 운영이 계속 적자다 보니 내실화를 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전반적인 사업의 방향성도 노인요양에 중점을 두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사회서비스원 활동지원 끊긴 중증장애인의 질문)

정작 서울시는 이번 노원센터 폐업 사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성임 서울시 복지정책과 법인시설팀 주무관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위탁사업 신규 공모를 자제하라고 권고한 적이 없다. 우리도 기사 보고 알았다. 아무것도 모른다. 전부 서사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 장애인 활동가가 자신의 휠체어 바퀴 앞에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은 뒷전, 노동탄압은 최우선!’이라 적힌 피켓을 내려놨다. 사진 하민지

- 황정일 대표이사는 노조 탓만… “고임금 때문에 노원센터 폐업했다” 주장

이런 상황에서 황정일 대표이사는 노조 탓만 하고 있다. 노조가 지나치게 많은 임금을 요구해 서사원 운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황 이사는 10월 28일 이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임금 문제를 콕 집어 지적했다.

황 이사는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사 총 21명이 1일 근무 8시간 중 실제 직접서비스를 제공한 시간은 1일 평균 5시간”이라며 “서사원 돌봄근로자 59.2%는 하루 평균 3.83시간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월평균 급여로 223만 원을 받아간다. 이는 민간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임금”이라고 비난했다.

황 이사와 같은 주장은 10월 2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들려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민간 활동지원사와 서사원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을 비교하며 “민간 활동지원사를 기준으로 하면 서사원 활동지원사는 한 달에 92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가는 게 맞는데, 서사원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23만 원의 기본급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황정일 서사원 대표이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서사원

그러나 황 이사와 이 의원의 말에는 서사원이 가진 구조적 문제가 빠져있다. 서사원 활동지원사는 민간 활동지원사가 바로 장애인 이용자의 집으로 출근하는 것과 달리 종합재가센터로 출근한 후 이용자의 집으로 가야 한다. 이 같은 경직된 운영으로 인해 하루 8시간 근무 중 많은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게 되니 실제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황 이사는 이뉴스투데이 인터뷰에서 “서사원 활동지원사는 매일 센터로 출근하지 않고 서비스 제공 일정에 따라 자택 출근과 현장 퇴근을 병행한다”고 말했지만 오대희 노조 지부장은 “거짓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 지부장은 “현장(장애인 이용자의 자택) 출퇴근을 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 223만 원의 급여가 많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는 서울시가 타 지역보다 높은 물가를 고려해 2017년부터 서울시 산하 공공부문에 적용한 서울형 생활임금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이며, 서울형 생활임금은 1만 766원이다. 즉,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오대희 노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활동지원사업 ‘통합’이 사회서비스 공공성 ‘축소’인 이유

적은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서사원 노동자의 문제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활동지원시간이 적어 민간에서 기피하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두텁게 하겠다는 서사원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대희 노조 지부장은 “시급제인 민간 활동지원사와 전일제인 서사원 노동자는 일하는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서사원 노동자의 경우,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시간에도 현장에서 긴급돌봄이 필요할 때 투입되기 위해 늘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사원은 자꾸 서비스 이용 시작과 종료 시간만 가지고 이야기하나 교육시간, 이동시간, 사례회의, 고충상담 등도 근무시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세아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차장은 “(황 이사의 말처럼) 노동자의 서비스제공시간이 문제라면, 서사원이 활동지원 제공 센터와 장애인 이용자, 활동지원사를 늘려서 노동자의 이동, 대기시간을 줄여 장애인 이용자를 1명이라도 더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황 이사가 서사원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보지 않고 “기승전 노조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사원 내 갈등은 활동지원사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이후, 사회서비스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파열음이 들린다. 이는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서비스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 공공성을 훼손하려는 정부의 행보로 나타난다.

서사원의 노원센터 폐업은 바로 그 공공성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자에게는 부족하지만 비교적 안정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공공에서 제공하던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된다. 그러나 각자의 문제는 결국 하나의 소실점에서 만난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목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