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고속버스를 타기 위한 장애인들의 행진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 현장
“장애인도 광역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게 해주십시오.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게 해주십시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매표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장애인도 명절에 시외·고속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활동가 300여 명은 남부터미널을 한 바퀴 돌고 JW중외제약 본사까지 700m를 행진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 투쟁을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라고 불렀다.
휠체어 장애인은 수십 년간 시외·고속버스를 못 타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처음으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 10대가 4개 노선(서울-강릉, 서울-당진, 서울-부산, 서울-전주)에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영 악화로 최근에는 전국 1개 노선(서울-당진)에서 버스 2대만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2014년 1월 설을 앞두고 장애인들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점거하며 투쟁을 벌인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승차권이 있어도 버스에 탈 수 없는 장애인들은 이날 승강장 대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시 한번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도보 행진에 앞서 외쳤다.
“우리는 시외버스를 안 타는 게 아니라 탈 수 있는 지역이,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어서 못 타는 겁니다. 수십 년 동안 고향 한 번을 못 가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