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고속버스를 타기 위한 장애인들의 행진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 현장

2023-01-20     복건우 기자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매표소 앞에 둘러진 철제 폴리스라인 안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휠체어 바퀴가 보인다. 사진 복건우

“장애인도 광역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게 해주십시오.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게 해주십시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매표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장애인도 명절에 시외·고속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활동가 300여 명은 남부터미널을 한 바퀴 돌고 JW중외제약 본사까지 700m를 행진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 투쟁을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라고 불렀다.

휠체어 장애인은 수십 년간 시외·고속버스를 못 타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처음으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 10대가 4개 노선(서울-강릉, 서울-당진, 서울-부산, 서울-전주)에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영 악화로 최근에는 전국 1개 노선(서울-당진)에서 버스 2대만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2014년 1월 설을 앞두고 장애인들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점거하며 투쟁을 벌인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승차권이 있어도 버스에 탈 수 없는 장애인들은 이날 승강장 대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시 한번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문경희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도보 행진에 앞서 외쳤다.

“우리는 시외버스를 안 타는 게 아니라 탈 수 있는 지역이, 탈 수 있는 버스가 없어서 못 타는 겁니다. 수십 년 동안 고향 한 번을 못 가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매표소 앞에서 JW중외제약 본사까지 이동하는 ‘DISABILITY PRIDE PARADE(장애인의 존엄한 행진)’를 벌였다. 사진 복건우
행진 선두에 선 유진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왼쪽)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대열 옆에 줄지어 선 경찰 너머에는 터미널로 들어가는 고속버스 행렬이 보인다. 사진 복건우
행진 중인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그 대열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경찰 너머로 황토색 고속버스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 복건우
한 장애인 활동가의 휠체어 뒤편에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왜 장애인은 광역버스와 시외버스를 탈 수 없습니까’라고 적힌 피켓이 걸려 있다. 사진 복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