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만나러 경총포럼 간 전장연, 병풍에 가로막혔다
웨스틴조선서울호텔서 열린 경총포럼 호텔 측, 휠체어 잡아끌고 병풍 치며 활동가들 내쫓아 추 장관 ‘면담은 절대 안 된다’ 전장연 “추 장관 만나기 위한 시도 계속할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한국최고경영자포럼(아래 경총포럼) 현장을 찾았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현장 인력은 전장연 활동가들을 내쫓고, 활동가들이 추 장관의 동선을 보지 못하게 병풍까지 쳤다.
경총포럼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속 경영자가 매년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행사로, 올해에는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서울시 중구 웨스틴조선서울호텔에서 열렸다. 추 장관은 11시부터 1시간 동안 기조강연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부터 1년 넘게 지하철 투쟁을 진행하며 추 장관을 상대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추 장관 자택 앞 집회도 수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장애인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 올해 추 장관은 장애인권리예산 약 1조 3천억 원 중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 근로지원인 예산 약 106억 원만 증액하는 데 동의했다.
이에 활동가들은 추 장관을 만나기 위해 10시 50분경, 경총포럼 현장에 도착했다. 박온슬 나야장애인인권교육센터 활동가는 1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측 인력에 가로막혔고 결국 추 장관은 만나지 못한 채 쫓겨났다. 강연 후에라도 만나고 싶어서 기다리려 했지만 호텔 측에서 병풍을 쳐서 추 장관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가 보내온 사진·영상에 따르면, 호텔 측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의 전동휠체어를 뒤에서 잡아끌고 앞에서 미는 등 무력을 행사했다. 한 직원은 “장애인 권리도 중요하지만 ‘일반’ 고객도 중요하다”며 이 회장을 향해 연신 조용히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호텔 측은 갈색의 병풍을 치고 활동가들을 가로막았다.
또한 활동가들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병력도 동원됐다. 포럼 현장에도 경찰이 출동했으며, 호텔 외부에서도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활동가들을 막아섰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호텔 회전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 막혀 호텔 안으로 진입하지도 못했다. 전장연은 12시 넘어서까지 호텔 앞에서 피케팅을 하며 추 장관을 기다렸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정보과 형사를 통해 추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추 장관 측은 ‘면담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추 장관을 만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장연은 다음 달 23일까지 지하철행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추 장관에게는 다음 달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4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요구안에 대해 추 장관이 별도의 응답을 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