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평생교육법’ 농성장 정리 “교육부 면담 나서라”

국회 앞 장애인평생교육법 농성장 정리 교육위 이번 법안소위 안건 상정조차 안 해 전장야협 “교육부 장관 직접 면담 나서라”

2023-02-23     복건우 기자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전장야협)가 지난 16일 국회 앞에 설치한 노란색 농성장 천막과 깃발 뒤로 국회의사당 둥근 지붕이 보인다. 전장야협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주일 만에 농성장을 정리했다. 사진 복건우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가 국회 앞에 설치된 장애인평생교육법 농성장을 정리하기 위해 비닐과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다. 사진 복건우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끝나는 23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아래 전장야협)가 일주일 만에 국회 앞 농성장 천막을 정리했다. 지난 16일부터 국회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펼쳤음에도 끝내 논의되지 못한 장애인평생교육법의 공은 이제 교육부로 넘어갔다.

전장야협은 이날 오전 국회 앞 농성을 마무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다음 달 공청회를 열고 오는 4월까지 법안을 제정하라는 장애계 주장에 대해 이 장관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23일 오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위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복건우

- 여야 합의한 장애인평생교육법, 국회서 2년째 표류

장애인평생교육법은 학령기를 놓친 장애인이 성인이 되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책무를 규정한 법이다. 우리나라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장애인의 교육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장애인 평생교육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장애인의 55.7%가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 국립특수교육원이 2019년 발표한 ‘장애인 평생교육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보더라도 비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33.5%인데 반해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프로그램에 따라 0.2~1.6%로 나타났다.

현재 장애인평생교육을 전담하는 국가 차원의 조직은 있으나, 지역마다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평생교육 부서, 장애인 부서 등으로 나뉘어 있어 체계적인 법률 지원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2021년과 2022년 장애인평생교육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교육위원장이었던 두 의원의 법안은 장애인평생교육권 보장,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명시, 장애인평생교육 전달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장야협은 이번 교육위 임시회 일정에 맞춰 목소리를 냈지만 16일 열린 전체회의와 22~23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장애인평생교육법은 논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많은 장애인야학이 지금도 보조금 한 푼 없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며 “올해 꼭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되어서 초등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에서 2년 가까이 표류 중이지만,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6일 전체회의에서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저와 조해진 전 교육위원장이 같이 발의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있는데 이번에는 꼭 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두 간사께서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제정법률안은 정부 차원의 공청회를 거쳐 상임위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23일 오전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들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농성장 천막에는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적혀 있다. 사진 복건우

- 전장야협, 교육부 장관 면담 촉구 “4월까지 제정하라”

전장야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까지 장애인평생교육법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4월 20일까지 법안을 제정하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권자인 이 장관이 직접 면담에 나서 논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장애인야학도 힘을 보탰다. 인천에서 온 박성호 민들레장애인야학 활동가는 “야학이 멀리 있거나 없으면 그만큼 배움의 기회와 시간이 줄어든다”며 “하루라도 빨리 장애인평생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방 김포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은 “그 누구도 장애인 교육권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막상 권리 보장에 필요한 법과 예산을 이야기하면 모든 국회의원이 모르쇠를 택한다”며 “여야 합의로 발의된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장애인야학 학생들은 흰 천 위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구를 직접 쓰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매직펜으로 커다랗게 쓰인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함께 세상을 읽고 싶습니다’ 같은 글귀가 농성장 앞을 빼곡히 채웠다.

전장야협은 이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여야 의원을 만나는 등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학인 전장야협 활동가는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정부와 국회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찾아가 만남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3일 오전 국회 앞 기자회견에 나선 장애인야학 학생이 흰 천 위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구를 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