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포스터’, ‘만지는 무대’… 배리어 위에 다시 쓴 것 / 백희원
[공연장을 배리어프리-하기②] 2023 SPAF에서 만난 접근성 장치들
[편집자 주]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한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고자 다섯 편의 배리어프리 공연을 제작하였으며, 이 모든 과정을 아카이빙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관객에게는 정보와 안정감을, 비장애인 관객에게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그리고 창작진 및 제작진에게는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에 대한 방법론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연장을 배리어프리-하기’라는 타이틀 아래 연속 기고를 기획하였다.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이번 기획 연재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① 누구나 올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까지
② ‘듣는 포스터’, ‘만지는 무대’… 배리어 위에 다시 쓴 것
③ 접근성 기획을 하다 보면 마주치는 질문들
④ 모두를 위해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는 일
⑤ 접근성 이어 말하기: 관객의 경험
⑥ [대담] 끈질기게,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SPAF)에서 ‘배리어프리 회차’를 진행한 다섯 편의 연극은 다음과 같다.
• 〈싸움의 기술, 〈졸〉_2.0〉(극단 작당모의)
•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지연×전환)
• 〈연극연습3. 극작연습-물고기로 죽기〉(연극연습 프로젝트)
• 〈이장〉(극단 골목길)
• 〈지상의 여자들〉(극단 돌파구)
지난 글(▷바로가기)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배리어프리’는 없다고 치부되어 온 배리어를 알아차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처한 조건과 상황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배리어도, 솔루션도 달라진다. 다섯 편의 작품들은 각자의 목표와 맥락 속에서 접근성을 기획하고 실천했다. 이번 글에서는 2023 SPAF의 접근성 운영팀을 비롯해 SPAF에 함께한 기획자와 제작자, 창작진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배리어를 줄이거나, 없애거나, 우회하려 시도했던 구체적인 장치들을 소개한다. 모범 사례가 아닌 참고 사례로, 그 순간엔 최선이었지만 고쳐나갈 개선점과 질문을 품은 시도들로서 읽어주시길 바란다.
1. 음성포스터
: 2023 SPAF 포스터 내용을 소리로 전달하다
음성포스터는 정보를 목소리와 음악, 효과음 등 청각 요소로 표현하는 포스터다. 일반적으로 포스터는 시각물로 제작되며, 컨셉과 메시지도 시각화된 요소들로 표현된다. 포스터에 활용되는 색상, 이미지, 글씨의 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음성포스터는 기본적으로 포스터의 정보를 전달하지만 이런 시각적 요소도 함께 전달하며, 그에 어울리는 소리를 활용하기도 한다. SPAF가 음성포스터를 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SPAF 담당자인 조윤지 주임은 말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전달될 걸 고려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전체적인 비주얼 컨셉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음성포스터를 고려한 사전 기획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함께 포스터 작업을 시작하는 상상을 해보게 만드는 말이다.
물론 음성포스터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누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차근차근 내용이 전개된다. 2023 SPAF 한국어 음성포스터에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이성수 배우와 장근영 배우가 목소리로 출연했고, 시각포스터에는 없었던 접근성 안내도 추가되었다.
2. 이동지원
: 극장 접근성 정보와 현장에 마련된 이동지원 방법을 안내하다
역에서 극장까지, 극장 안에서 객석까지의 이동 과정에 보조가 필요한 관객이 있다면 접근성 매니저가 지원했다. 어떻게? 방법은 관객의 상황에 따라, 공간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휠체어 이용에 따른 이동지원이 필요할 수도, 옆에서 함께 걷는 안내보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의 조건도 다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사전에 개별 관객과 미리 소통하고, 공간의 상태와 이동 선택지를 충분히 전달하는 일이다.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경사로는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이동이 어렵다면 어떤 대안을 쓸 수 있는지 관객이 파악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2023 SPAF에 함께한 여행자극장은 지하로 가는 좁은 계단 외에는 출입구가 없었다. SPAF 접근성 운영팀은 여행자극장을 찾는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잠시 휠체어에서 내려 접근성 매니저의 부축을 받거나 업혀서 이동하는 제한적인 방법이 있다고 안내하기로 했다. 신체 접촉은 관객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일 수 있고, 이를 미리 알려주어야 관객도 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SPAF에서 장애인 관객에게 보내는 사전 설문에는 이동지원을 위한 소통도 포함되었다. 공연과 극장에 대한 접근성 정보를 전달했고, 관객이 관람 당일 필요로 한 지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3. 필담 데스크
: 글을 적어 스태프와 대화할 수 있음을 알리다
2023 SPAF에는 현장 접근성 지원을 전담하는 별도의 접근성 데스크가 있었고, 이 데스크가 필담 데스크로 활용되었다. SPAF 접근성 운영팀은 수어통역사 배치를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공간이나 비용 등 여러 여건을 따져보았을 때 2023년에 당장 시도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필담은 문자를 적어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다. 간단하게는 종이와 펜을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노트북, 전용 기기 등 입출력이 가능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의사소통 방법을 입 모양을 읽어 대화하는 구화(口話), 농인들의 고유 언어인 수어와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데스크에 노트북을 설치하고 화면에 필담이 가능하다는 걸 영어와 한국어로 크게 써두었다.
필담 데스크의 존재는 수어를 모르는 청인과 농인 간의 의사소통 장벽도 낮춰주지만, 한국어가 아닌 다른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관객과의 소통도 좀 더 수월하게 해준다. 이제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과 소통하는 일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니 말이다.
4. 사전 음성안내
: 극장 사전 음성안내에 접근성 정보를 추가하다
공연장이나 극장에서 작품이 시작되기 전 흘러나오는 음성안내에 유심히 귀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전 음성안내는 비상시 대피 경로와 스마트폰 끄기 등 관객들에게 필수적인 안전 관련 정보와 공연 에티켓을 전달한다. 그런데 이 정보만으로 관객들이 알아야 할 걸 충분히 다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2023 SPAF 배리어프리 공연들에서는 접근성 정보를 보완하여 제작한 사전 음성안내를 내보냈다. 예컨대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진행된 배리어프리 연극 〈이장〉(극단 골목길)이 시작되기 전 음성안내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이공이삼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스파프(SPAF)를 찾아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곳은 국립정동극장 세실입니다.” 음성안내는 장소를 밝히면서 시작해 공연 촬영 금지와 생수 외 식음료 반입 금지, 스마트폰을 꺼달라는 익숙한 당부의 말을 이어 나간다.
이어 안전 관련 정보가 안내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피 경로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의 비상구는 객석 뒤편의 출입문으로 나갈 경우 좌측 끝과 우측 끝에 하나씩 있다. 객석 앞쪽 무대 좌측에도 건물 밖으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하나 또 있다. 관객들이 좌석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확인했을 테니, 이제 알려야 할 건 다 알린 걸까? 아니다. 음성안내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좀 더 이어진다. 대피 경로의 접근성 정보가 아직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의 비상구는 문을 열고 나가 계단을 이용하여 퇴장이 가능하며, 우측의 비상구는 문을 열면 바로 외부로 이어집니다. 앉아계신 객석을 기준으로 정면에 있는 무대의 좌측 끝에도 외부로 이어지는 비상구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계단을 이용하여 퇴장이 가능합니다.”
극장의 계단과 경사로,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파악했다면, 안내원의 위치도 파악해두는 게 좋다. 비상시 현장을 운영하는 책임자이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연장 내의 안내원의 위치를 박수 소리와 빛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 멘트 후 잠시 목소리가 멈추고 공연장의 안내원들이 짝짝, 두 번의 박수 소리를 내고, 반짝이는 경광봉을 흔들어 관객에게 자신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린다.
2분 남짓한 음성안내도 거의 끝나간다. 이제 곧 막이 오를 것이다. 그러고 나면 90분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서 이동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마지막으로 비상시를 위한 약속을 하나 정해두기로 한다. “공연 중 안내가 필요하신 경우 객석에서 손을 들어주시면 대기하고 있는 안내원이 다가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에 대한 약속이 스피커에서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동시에 같은 내용이 문자통역 스크린 위로 지나간다. 언제든 안내를 구할 수 있다는 약속과 믿음, 극장에 앉아 있는 모두를 안심시켜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까.
5. 터치투어
: 무대와 소품을 만져보며 작품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다
터치투어는 촉각으로 공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시각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한다. 로비에 무대를 작은 사이즈로 구현한 모형이나 주요 소품을 두어 만져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공연 전후에 따로 시간을 배치해 원하는 관객들이 무대에 와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장기를 다룬 연극 〈싸움의 기술, 〈졸〉_2.0〉의 터치투어는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광활한 전장이 되었다가 동네 어귀도 되는 무대의 크기를 직접 가늠해보고, 무대 장치로 활용된 줄자들을 만져보았다.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는 극장 로비에서 전시형 터치투어를 운영했다. 기후위기라는 주제에 맞게 골판지를 활용해 제작한 소품들과 무대 축소 모형을 전시해 두었고, 관객들은 소품과 무대를 만져보며 QR 코드를 통해 음성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터치투어는 이처럼 창작진이 작품의 연장선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기획하며, 주요 스태프나 배우가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터치투어를 별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진행 시각일 수 있다. 예컨대 터치투어가 본 공연보다 한참 앞서 진행되면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 좋은 시간도 접근성 기획의 일환인 것이다.
6. 폐쇄형 음성해설
: 관객 각자에게 이어폰과 수신기를 통해 음성해설을 제공하다
‘폐쇄형 음성해설’은 전체 관객들이 함께 듣는 ‘개방형 음성해설’이나 연극 내용에 음성해설을 포함하는 ‘통합형 음성해설’과 달리 개인들이 이어폰이나 이어플러그를 통해 듣는 음성해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동시통역 행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FM 수신기를 활용해 진행된다. 동시통역은 보통 현장에서 동시에 진행되지만, 폐쇄형 음성해설은 사전에 미리 대본을 구성하고 이를 녹음한 것을 듣거나 성우가 현장에서 함께 낭독한다.
2021년 초연을 하고 2023 SPAF에서 재연하게 된 〈연극연습3. 극작연습-물고기로 죽기〉(연극연습 프로젝트)는 이번에 초연에 없던 ‘폐쇄형 음성해설’을 새롭게 추가했다. 구지수 작가와 김내원 작가가 별도의 음성해설 대본을 작성했고, 시각장애 당사자인 김혜영 님이 대본 검토와 자문으로 참여했다.
음성해설을 맡은 조연희 성우도 연극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하여, 공연 전 실제와 동일하게 진행하는 리허설인 ‘런 스루 리허설(run-through rehearsal)’에 참여했다. 음성해설은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장치로 발전되어 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 폐쇄형 음성해설을 선택한 비장애인 관객들도 다수 있었다.
7. 자막해설
: 대사와 소리를 무대 상황과 동시에 글로 전달하다
자막해설은 대사를 포함한 청각적인 정보들을 문자로 전달하는 장치이다. 말 그대로 자막이 무대에서 함께 나오는 공연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싸움의 기술 〈졸〉_2.0〉(극단 작당모의)이 상연된 여행자극장에서는 무대 왼쪽 상단에 설치된 작은 화면에서 배우들의 대사와 소리에 대한 정보들이 자막으로 공연 내내 흘러갔다. 소리를 시각화한 글씨들은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무대의 소리에 맞춰 빠르게, 또 구부러지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소리의 질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자막들은 해설보다 번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음향 효과나 목소리가 담겨있는 것 같은 글자였다고 할까? 배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의미만 전달받는 외국 영상물 자막과는 완전히 다른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음악 소리는 구슬픈 움직임으로 지나가는가 하면,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처럼 유명한 음악은 그냥 제목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라벨의 〈볼레로〉”라는 표기와 〈볼레로〉의 소리를 흉내 내는 “빰빰빰” 같은 의성어, “점점 고조되어가는 리듬과 그 위로 흐르는 선율” 같은 설명 중 어떤 해설이 가장 적절한 번역일까? 소리의 크기도 글자 모양으로 전달해야 할까? 역동적인 자막에 집중해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무대의 장면이 변해있기도 하다. 눈은 모든 걸 한 눈에 담을 수는 있어도 여러 곳에 동시에 초점을 맞추기는 어렵다. 무대 감상과 자막해설이 잘 조화되는 위치를 찾고, 이를 함께 감상하기 좋은 좌석을 농인 관객에게 안내하는 것도 중요한 접근성 의사결정 과정일 것이다.
8. 수어통역
: 수어통역사가 무대의 일부가 되어 작품을 전달하다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지연×전환)는 기후위기에 필요한 언어들을 관객들과 함께 감각하고 만들어 나가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리허설에도 관객이 참여했다. 리허설 현장, 서른여 명의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고 U자형으로 둥글게 앉았다. 관객들 가운데에는 기후위기의 언어가 적힌 골판지들이 있다. 무대에는 칠판, 영상 자료용 화면, 문자통역 화면이 있고,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수어통역사가 서 있다. 한 통역사가 이 극의 진행자로 많은 대사를 하는 전환(전윤환 연출)을 전담해 통역하고, 나머지 한 통역사는 안내 음성을 포함해 다른 모든 출연자의 말을 수어로 옮겼다. 관객도 등장인물이 되는 공연에서 수어통역사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관객의 말, 관객이 낭독하는 기후위기 현장의 말, 그 밖의 모든 말들이 그의 손을 지나가게 된다.
그러나 수어가 전하지 못하는 소리도 있다. 관객들이 선택한 기후단어에 붙어있던 버튼에서 났던 소리가 그 한 예다.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에서 관객들은 발언 시작을 알리거나 찬반 의견을 내는 용도로 소리 나는 버튼을 받았다. 연극 중 버튼이 실수로 눌리면 일부 관객들이 소리에 반응하며 웃었다. 리허설 종료 후 피드백 시간에 한 농인 관객은 사람들이 웃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순간을 짚으며 “사전에 버튼 소리가 어떤지 설명해 주시면 감정을 사용하며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실제 공연 회차에서는 버튼 소품에 소리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고, 이 소리가 날 때마다 전환이 멘트를 했다. 멘트는 당연히 문자나 수어로 통역될 수 있다.
한편 그 자체로 낯설어 통역되기 어려운 말들도 있다.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에서는 관객들이 공연에 참여하며 직접 활용해야 하는 도구들로 기후위기 전문용어와 새로운 기후언어들이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미리 170개 단어를 설명하는 단어장을 만들고, 이 단어들의 수어통역 영상(▷영상보기)을 사전에 제작해 관객에게 전달했다.
9. 휠체어석
: 좌석을 빼고 휠체어 자리를 마련하는 시도를 하다
휠체어석은 보통 별도로 마련된다. 좌석에는 의자 대신 휠체어가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법적으로 객석의 1%는 휠체어석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지만 설치만 된 채 운영되지 않기도 하고, 적은 객석 수로 인해 예매가 어려운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연극연습3. 극작연습-물고기로 죽기〉(연극연습 프로젝트) 팀은 이번에 휠체어석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아예 극장의 객석을 두 열 들어내는 결정을 내렸다. 객석 통로에 단차가 있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극장 입구에서 바로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맨 뒷자리 두 열을 들어냈다. 휠체어 이용 관객의 좌석 선택권을 조금이라도 넓히려면 관객이 편하게 예약할 수 있도록 열 석 이상의 좌석은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자리는 결국 휠체어석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휠체어의 크기는 계산했지만 휠체어가 좌석의 열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회전하면서 필요한 공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객석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해서 다른 자리를 들어내는 것도 고민했지만, 사고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 결국 시행착오의 경험에서 멈춰야 했다. 사실 좌석에 유연하게 의자를 설치했다 제거할 수 있다면, 별도의 제한된 휠체어석을 마련할 필요 없이 관객의 필요에 따라 좌석을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물리적 환경의 제약 속에서는 최선을 다한 시도가 이처럼 시행착오가 되기도 한다.
* 필자 소개
백희원. 2023 SPAF 접근성 기획 아카이브 에디터. 오늘의풍경이라는 스튜디오에서 글 쓰는 작업과 기획 작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2023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