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유죄’ 교사가 내 아이를 가르친다면?
교육감 직권으로 ‘직위해제된 특수교사 복직’ 그러나 1심 유죄 경기도교육청, 1심 판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 특수교사 측 변호사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장애인권계 “말이 안 된다”며 분노
주호민 사건에 대한 파장이 교육현장 전체로 퍼질 조짐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기소된 특수교사 ㄱ씨를 섣부르게 복직시켜 줌으로써 ‘아동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교사가 교단에 서는 구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폐성장애 아들을 아동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ㄱ씨는 지난해 연초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교권 회복을 이유로 특수교사 ㄱ씨를 2023년 8월 1일자로 복직시켰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1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ㄱ씨에게 200만 원의 벌금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 자체가 면해져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애초 검찰은 징역 10개월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로 교단에 서는 것이 되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14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용인교육지원청은 “불가능하진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1심 판결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신영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기획 장학관은 “아동학대 유죄인 사람이 교단에 서는 것이 적절한가 이렇게 물어보시면 제가 곤란하다”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좀 물음표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장학관은 “유죄가 확정되면 전국의 특수교육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어떤 교사가 학생의 행동을 중재하려 하고, 좋은 마음으로 통합학급을 담당하려고 하겠는가.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로 ㄱ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재판부가 직무배제명령을 내리지 않았기에 법적으로는 문제 되지 않는다”면서 “종합적으로는 유죄라고 판단하더라도 범죄가 경미해서 직무배제할 정도로 아동학대가 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내부적인 문제(학부모와의 갈등 등)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임태희 교육감의 결정과 김기윤 변호사의 주장은 누가 봐도 법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교권을 강화하려면 아동학대 유죄판결이 난 교사를 복직시켜 판결의 취지와 법령의 목적을 몰각시킬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현장에서 발생하지 않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면서 “장애아동이 교육 현장에서 방임 당하거나 형식적인 통합교육 아래 천덕꾸러기처럼 놓여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 장애아동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보호자, 아동, 교사 모두 교육 현장에서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가장 화나는 지점은 아동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표를 둘러싼 정치적 셈법으로 이 사건을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태도”라면서 “그러한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 또한 크게 걱정하고 있다. 김미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잘못된 행동을 보인 교사가 교육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정서적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면 저는 교육청 쫓아다니면서 가만 안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 회장은 “교육감은 교육주체들을 모두 포용해야 하는데 마치 특수교사만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유일한 임무인 것처럼 말한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임 교육감이 지속해서 교사 측만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 것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편, 특수교사 ㄱ씨가 이번 학기에 교단에 서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3월에 용인 고기초에는 새로운 정규직 특수교사가 배치되나 ㄱ씨가 고기초에 적을 둔 상황에서 ‘별도정원’을 이용해 정교사가 배치되는 것인지, ㄱ씨가 다른 학교로 전보 신청을 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다. 교사 배치의 권한을 가진 용인교육지원청은 “개인 인사 상황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으며, 김기윤 변호사는 “형사 사건만 지원해서 교사 개인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