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거짓말 폭로하며 전장연 ‘장애인 권리약탈포럼’ 열어
서울시 ‘서울약자동행포럼’ 개최에 전장연 ‘권리약탈포럼’ 진행 “천문학적 비용 들어서 탈시설 안 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권리 약탈 멈춰라” 종일 맞불 포럼
‘서울약자동행포럼’이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 앞. 바닥과 벽에 붉은색 스티커 수백 장이 붙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서울시의 ‘서울약자동행포럼’을 비판하며 ‘오세훈 서울시장 장애인 권리 약탈 포럼’을 연 것이다.
스티커에는 오세훈 시장 사진과 함께 “독일 나치 T4작전, 오세훈 T4작전”이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예산을 이유로 장애인을 집단 학살한 독일 나치의 ‘T4작전’과 “탈시설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며 장애인의 탈시설을 반대하는 오 시장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약자동행지수 올랐다’는 서울시의 거짓말
27일 오전 10시, 오 시장은 DDP 아트홀 2관에서 서울약자동행포럼을 열고 환영사를 했다. 오 시장은 취임 당시 “약자와의 동행이 내가 정치하는 이유”라면서 이를 시정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내‧외 연사를 초대해 오 시장의 시정 철학을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였다. 포럼에 앞서 지난 19일에는 약자동행지수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2022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23년 전체 지수는 111로 11% 높아졌다. 특히 주거(125.1), 안전(124.9), 의료·건강(120.1)이 20% 이상 크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체감한 현실은 다르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장애인의 권리는 크게 후퇴했다. 대표적인 탈시설 정책인 거주시설연계사업이 폐지되고, 탈시설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도 사라졌다. 서울시로부터 추가 활동지원시간을 받던 장애인 389명이 활동지원 삭감 및 중단 통보를 받았다. 지난 25일엔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가 폐지됐다.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이라는 이름으로 탈시설 출구를 봉쇄하고, ‘장애인 거주시설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명목으로 시설 예산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장애인의 권리 탄압에 저항하며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는 전장연에는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9억 9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독일 나치는 1939년 ‘장애인 한 명을 먹여 살릴 예산이면 비장애인 5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며 장애인 30만 명에 대한 집단생체실험을 강행하는 T4작전을 시행했다. 이와 유사한 논리로 오 시장은 장애인 탈시설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자립을 못하는 (최중증)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보조인 3~4명을 붙여야 하는데 여기엔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다”면서 “전장연이 불법 시위를 통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약자동행’ 말하면서 장애인 탈시설 권리 침해하는 오세훈 시장
오전 9시 20분, ‘장애인 권리 약탈 포럼’ 현장에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나타나자 경찰의 방송이 시작됐다. “여기는 사유지로 집회 불가 장소입니다. 해산해 주세요. 채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아직 기자회견 시작도 안 했다. 구호도 외치지 않았고, 발언도 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더라도 이는 집회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는 공권력을 동원해 협박부터 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사유지더라도 여기엔 공공의 자원이 들어갔다. 서울시가 우리의 목소리를 막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라면서 “지금 오 시장은 장애인의 권리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은 배제하고 격리하면서 세계적으로는 약자와의 동행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오 시장의 기만성을 폭로했다.
정동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이제 중증·중복장애인들은 시설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오 시장의 감금 정책에 꽁꽁 묶였다”면서 “탈시설한 장애인은 1년에 한 번 자립역량을 재심사해서 시설에 재입소시키겠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오 시장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 민낯”이라고 분개했다.
정 활동가는 “오 시장은 ‘시설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말한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시설에 입소한 사람들에게 무슨 선택이 있었단 말인가”라면서 “천문학적 비용 운운하며 장애인 권리에 대한 약탈을 멈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시설 장애인인 이수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죽을 각오로 시설에 들어갔었다. 이제는 죽을 각오로 탈시설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오 시장의 탄압을 보며 더욱 굳은 마음으로 탈시설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경찰의 과도한 통제에 포럼 참여자, 전시 관람객들 불편 겪어
이날 장애인 활동가 그 누구도 포럼 현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포럼 사전등록신청을 했으나 서울시로부터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약자동행포럼이 열리는 장소 바로 옆인 아트홀1에서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면 누구나 입장 가능한 전시회였다. 전시회 입구는 포럼이 열리는 아트홀2와 입구가 같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곳부터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면서 포럼과 전시회에 온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장차연 활동가 5명은 현장에서 전시회 티켓을 구매한 후 경찰에게 티켓을 보여주며 길을 열어달라고 했으나 경찰은 “까르띠에 직원이 나와서 확인할 테니 기다려라”면서 통행을 막아섰다. 방금 전까지 별도의 티켓 확인 없이도 “전시회 왔다”고 하면 입장할 수 있었다. 곧이어 까르띠에 직원이 나와선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다섯 분 환불 도와드리겠다. 주최 측은 입장을 거부할 수 있다”며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유를 묻자 “(이들이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말만 남기고 곧장 현장을 떠났다.
경찰 통제가 더욱 삼엄해지면서 포럼 참여자와 전시 관람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전시회를 보러 왔다고 밝힌 한 시민은 “전시회 예약 시간이 벌써 다 됐다. 안에서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왜 막나. 입구가 여기밖에 없는 거냐”며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사람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경찰에게 일일이 티켓 확인을 받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포럼 입장을 하지 못한 사람도 발생했다. 한 서울교육대학교 학생은 현장 관계자에게 “사전등록을 못했다. 현장등록이 가능하다고 해서 왔는데 왜 안 되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27일 현재 서울약자동행포럼 홈페이지에는 “사전 신청자가 많아 부득이하게 현장등록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팝업창이 떴다.
한편,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약탈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DDP 일대에서 오후 2시에는 ‘장애인 노동권 약탈 고발 결의대회’를, 4시에는 ‘탈시설 권리 약탈 고발 문화제’를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