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겼다”… 대법원,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인정
동성 배우자의 사회보장 권리 첫 법적 인정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동성 배우자의 사회보장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18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동성 부부인 김용민·소성욱 씨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의 지위를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
대법원은 대법관 13인의 만장일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전통지 없이 소 씨에게 건강보험료를 소급해서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나아가 9인의 다수의견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제적인 불이익을 넘어 함께 생활하고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평둥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 김용민·소성욱 부부 “사랑이 이겼다… 그다음은 동성혼 법제화”
소 씨의 배우자인 김용민 씨는 “3년 반이 넘는 지난 시간 동안, 서로가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을 계속 증명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불인정을 계속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사랑이 이긴 것을 기뻐하고 함께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얻어낸 지금, 이다음은 평등하게 혼인제도를 이용하며 배우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사건 대리인단인 장서연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특히 피부양자에서 배제되는 것이 단지 경제적인 불이익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침해로서 중대한 차별행위라는 점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법률에 사실혼 배우자가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성 동반자가 이성 동반자와 동일하게 생계, 부양 관계에 있고 이를 배제하는 것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판시는 다른 제도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주어지는 일, 애써 얻어내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무려 4년을 넘게 다퉈야 어렵게 얻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는 동성혼 법제화로 우리 사회가 더 단단한 권리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 모두의 결혼 측은 “이번 사건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지만 동성 동반자가 서로 돌보고 생계를 유지하며 함께 생활하면서 받는 불이익은 비단 건강보험만이 아니”라며 “그렇기에 대법원의 이번 판시는 연금, 주택, 의료 등 생활의 전반에서 동성 동반자가 겪는 차별을 해소할 국가의 책무를 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 부부인 김용민 씨와 소성욱 씨는 2019년 5월 25일 결혼식을 올렸으나,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다. 소 씨는 2020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동성 부부도 사실혼 배우자로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은 이후 피부양자 자격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2020년 10월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화했고 2020년 11월 소 씨에게 보험료를 소급 부과했다.
이에 두 사람은 2021년 2월, 보험료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1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동성 간 생활공동체를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한 뒤 소 씨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