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위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근로지원인 이용 못 한다?
근로시간 월 60시간 미만 장애인, 근로지원인 이용 못 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시간 및 사업기간 지역마다 편차 있어 인천, 전북, 제천, 광주 서구 등 월 56시간 노동 “일자리 안정적 지원 위해 최소 월 60시간 노동시간 보장 필요”
중증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정작 근로지원인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근로지원인 이용, 4대보험 적용 등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최소 월 60시간의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근로지원인, 월 노동시간 60시간 미만 장애인 노동자는 이용 못 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에서 시작된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로, 기존 경쟁노동시장에 포함되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우선 고용하기 위해 마련된 일자리다. 이 일자리에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들은 문화예술 활동, 권익옹호 활동, 인식개선 활동 등을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실질화하는 노동을 수행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 도입 당시 장애계는 ‘월 6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요구했다. 그래야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노동자는 근로지원인을 통해 업무를 보조받을 수 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도입 전까지 유일했던 장애인 공공일자리인 ‘장애인 복지일자리’의 근무시간은 ‘월 56시간’이었다. 그래서 장애인 복지일자리에 참여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은 근로지원인 이용이 불가능했다.
당시 장애계가 근로지원인 제도 이용을 요구한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서비스 시간의 부족이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의 83.3%는 하루 5시간 미만의 시간을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하는 동안 근로지원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은 부족한 서비스 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 지역마다 노동시간 제각각, 월 60시간 미만은 4대보험 가입도 차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노동시간 및 사업기간에 차이가 발생해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지역이 다수 생겨났다.
현재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8개 광역(경기도, 강원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4개 기초(춘천시, 제천시, 시흥시,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비마이너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중 전북(가형), 인천광역시, 제천시, 광주광역시 서구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월 56시간으로 시행되고 있어 해당 지역의 노동자들은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전북은 월 56시간으로만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운영하다가 2024년부터 월 56시간인 가형, 월 60시간인 나형으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월 근로시간 60시간 미만 노동자는 4대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그나마 계약기간이 3개월 이상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는 고용보험의 적용은 받을 수 있으나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적용받을 수 없다.
강원도, 전북, 전남, 제천시를 제외한 8개 지역에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기간이 12개월도 되지 않아 해당 지역의 노동자들은 고용 공백이 발생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다영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장애인 노동자에게는 근로지원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통을 하거나, 물건을 꺼내는 등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근로지원이 가장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근로지원인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현 씨(가명)는 현재 인천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근로지원인의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활동지원사가 업무 지원도 같이하고 있다. 활동지원 외의 추가적인 지원을 받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가장 힘들다. 또 활동지원사가 업무 지원을 하면 부정수급으로 인정되어 그 점이 눈치가 보이기도 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박 씨는 “근로지원인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노동환경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계약기간이 10개월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10개월을 일한 뒤에 다시 근로계약이 연장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일자리 안정적 지원 위해 최소 월 60시간 노동시간 보장 필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인천 장애인들은 지난 7월 30일 인천시청 앞에서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시행하는 인천시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3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나는 계약직 일자리라서 매년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 공모사업이다 보니 일자리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지, 언제 이 일자리가 없어질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장 사무국장은 “단순히 장애인에게 머물 수 있는 집을 주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장애인들이 온전히 ‘지역사회에 산다’고 볼 수는 없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지영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활동가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근로지원인 예산이 부족해 매년 근로지원인을 안정적으로 구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지원인 예산이 증액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었던 최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원활하게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와 근로지원인 제도가 개선되고, 월 60시간 노동시간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