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공항,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강제 분리… 특사단 “명백한 장애인 차별”

비행기 하차 과정에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강제 분리 항공사·공항 “장애인 5명, 2명의 활동지원사만 동행 가능” 특사단 “명백한 장애인차별…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하라”

2024-08-22     김소영 기자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소속 중증장애인들이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에서 비행기 하차 중 강제로 활동지원사들로부터 분리를 당하는 장애인 차별을 겪었다. 특사단은 비장애인 2명이 5명의 중증장애인을 하차 지원하라는 항공사와 공항 측에 항의했지만, 공항 직원은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공항 경찰들이 비행기로 들어왔다. 사진 김소영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아래 특사단) 소속 중증장애인들이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공항에서 비행기 하차 중 강제로 활동지원사들로부터 분리를 당하는 장애인 차별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 장애여성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21일 오후, 5명의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특사단은 오슬로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노르웨이항공 DY1108편을 탑승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항공사와 공항 측은 비행기에서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해야 하는 리프트 및 차량의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온 활동지원사들의 지원을 제한했다. 이들은 중증장애인 5명을 비장애인 2명이 지원하라고 했다.

이에 특사단은 “활동지원사들이 장애인 이용자를 비행기 좌석에서 ‘기내용 휠체어’로 옮기는 것까지만 지원하겠다. 그 후 2명의 활동지원사를 제외한 나머지 비장애인들은 리프트가 아닌 계단을 통해 비행기에서 내리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민감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지원을 마친 후, 최소한의 활동지원사 인력만 장애인 이용자들과 동행하겠다고 입장을 전한 것이다.

그러나 공항의 장애인 이동지원 담당자는 이조차도 막아섰다. 이 담당자는 “비장애인 2명만 장애인들을 지원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항공사 내 전문가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강경하게 말했다. 특사단은 승무원과 해당 직원에게 다시 한번 휠체어 이용자의 기내 휠체어 이동 지원 후 계단을 통해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해당 직원은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공항 경찰들은 비장애인들의 신체를 밀거나 위협하며 강제로 하차시켰고 여권을 수거해가기도 했다. 경찰은 “장애인 때문에 항공기가 지연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결국 한 명의 장애인의 활동지원사를 제외한 모든 비장애인들이 비행기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그 후 항공사 측이 특사단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경찰이 쫓아낸 비장애인을 비행기로 다시 탑승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2명의 비장애인만이 5명의 장애인의 하차를 직접 지원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4명의 비장애인들이 1명의 중증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현장에 있던 장애인들은 “승무원과 공항 직원들에게 마치 짐짝으로 대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활동지원사와 강제로 분리되어 문제 제기 등 차별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없었고, 공항 직원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강제로 신체를 접촉하여 불쾌함과 물리적 통증 역시 경험했다”고 이야기했다.

특사단은 “항공사와 공항의 태도는 장애인의 신체에 대한 자유권을 위협하는 장애인차별 행위”라며 “언론과 독일의 장애인단체들에 항공사와 공항 측의 장애인차별 행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이 비행기에서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차량. 차량 안에는 특사단 중 5명의 중증장애인들과 2명의 비장애인만이 탑승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