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들, 폭염·폭우 속 서울시청 1인 시위
서울스퀘어, 불법적으로 홈리스 강제퇴거 작년 6월부터 항의했지만 퇴거행위 여전 홈리스들, 폭염·폭우 견디며 1인 시위 시위 50회 넘어… “끝까지 투쟁할 것”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오는 여름. 홈리스들은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스퀘어가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 머무는 홈리스를 강제퇴거시키는 행위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하보도의 소유자와 관리자는 서울시 중구다. 서울스퀘어는 법적으로 관리자가 아님에도, 그곳에 머무는 홈리스들을 내쫓고 있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영업시간 전후인 이른 오전과 늦은 밤에 머무는 것만 허락하고 있다.
이에 홈리스들과 반빈곤운동 활동가들은 지난해 6월, 서울스퀘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화목한 지하도 지킴이’를 결성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피켓 시위를 하며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이어왔다. 피켓 시위 100회 차가 넘었지만 강제퇴거 행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홈리스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스퀘어의 행위가 거리홈리스를 배제·구별해 대우한 차별행위이며 거리홈리스의 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행위임을 확인할 것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스퀘어 직원에게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 △서울스퀘어 보안요원이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 접근·상주하는 것을 금지할 것 등의 내용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홈리스들은 지난 6월 7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 피켓팅을 하며 “홈리스에 대한 형별화 조치를 방관하는 서울시를 규탄한다”고 외치고 있다. 6월 7일은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이 제정된 지 12년이 되는 날이었다.
1인 시위는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1시간가량 진행 중이다. 서울시청 직원이 많이 오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스퀘어의 부당한 강제퇴거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울시는 소극적 대처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홍수경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31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면담요구서 등을 서울시에 여러 차례 보냈다. 서울시는 ‘이미 면담을 진행했고 서울스퀘어에 홈리스를 내쫓지 말라고 얘기해 놨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답변은 왔지만 내용은 사실상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이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대응한 지 1년이 지났다. 서울스퀘어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행정인식이 됐을 텐데 서울시는 그 이후로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인 시위는 지난 22일로 54회 차를 맞았다. 홈리스야학 학생 꺽쇠 씨는 “서울스퀘어가 우리를 쫓아내지 않게, 우리가 잘 저항할 수 있게 시위하고 있다. 그러니까 더워도, 비가 와도 참으면서 1인 시위를 한다”며 “홈리스도 사람이다. 공공장소인 지하보도에서 잘 권리가 있다. 인간이니 차별하지 말고 제대로 잠을 청하고 지낼 수 있게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홍수경 활동가는 “1인 시위를 포함해 토론회, 집중결의대회 등 홈리스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투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서울스퀘어가 홈리스를 쫓아내지 않을 때까지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