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서 30년, 내 나이 54세… 중학교 졸업합니다
대구 질라라비야학, 전국 최초 중학과정 졸업생 배출 생애 첫 졸업식… “공부하니 참 좋다”
대구시 동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아래 질라라비야학)은 지난 30일 오후 4시, 전국 최초로 성인장애인 대상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1기 졸업식을 열었다.
대구시 최초의 장애인야학인 질라라비야학은 중학학력인정과정을 통해 1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4세다.
이들은 2021년 9월부터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 기본교육과정 나래과정’에 참여했다. 해당 과정은 전국에서 처음 시행된 성인장애인 대상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으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지원한다.
2018년부터 66명의 성인장애인 학습자가 입학했고 현재까지 21명의 초등과정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 졸업식에는 5명의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생도 참여했다. 초등과정 8명, 중학과정 5명의 성인장애인 학습자의 입학식도 함께 진행됐다. 생애 첫 졸업식이자 입학식이다.
중학과정 졸업생 대표 이은혜 씨(40세)는 “남들은 모두 쉽게 학교 다니고 졸업하지만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이 졸업장이 진짜 귀하게 느껴진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했으니 고등학교 공부를 하고 싶다. 새로운 것도 많이 배워 남들처럼 당당하게 살고 싶다”며 졸업 소감을 전했다.
초등과정을 졸업하고 중학과정에 진학하는 최상열 씨(68세)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지난해 4월 탈시설했다.
최 씨는 “탈시설한 후 자립주택 선생님에게 제일 먼저 부탁한 게 공부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래서 작년부터 질라라비야학에 다니게 됐다”며 “학교에서 글자를 배우니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지고 참 좋다. 은행 가서 돈도 찾고 마트 가서 먹고 싶은 것도 산다. 배울 게 아직 많다. 앞으로 더 배워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민제 질라라비야학 교장은 “6년의 시간을 지나 드디어 전국 최초로 중학과정 졸업식을 맞이한다. 지난 시간은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게 아니었다. 장애가 중하다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긴 사회를 향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울려 살고 싶다는 외침이었다”며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며 권리다. 질라라비야학은 고등학교과정 진학을 위해 학생 여러분과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