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이동환 목사, 징계무효소송 각하… “항소할 것”
법원 “성경은 동성애 금지한다”며 각하 이 목사 측 “항소 예정… 무지개는 십자가 위에 펼쳐질 것” 감리회는 ‘성소수자 지지 목사’ 색출 중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아래 감리회) 교단으로부터 정직 2년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 이 목사는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각하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김형철 재판장)는 지난 21일, “기존 전통적인 개신교 사회에서는 창세기, 레위기 등 성경의 특정 구절을 동성애를 금하는 의미로 해석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개신교 사회가 성소수자들의 수면 위 진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라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판단하면서 이 목사의 소송을 각하했다.
앞서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11부(송중호 재판장)는 7월 18일, 이 목사가 제기한 출교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 확정 시까지 출교 판결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는 징계무효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지 출교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울지법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각하하면서 “가정적 판단”을 덧붙여 출교 정지 가처분 신청 판결을 반박했다. 이 목사는 31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감리회 의견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판결로 인해 감리회의 ‘성소수자 지지 목사 색출하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마이너 취재를 종합하면, 감리회는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목사 6명을 색출해 교단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또한 이 목사가 교단재판에서 받은 출교 판결이 부당하다고 연명한 목사 137명은 소속 연회로부터 계속 소환을 받고 있다. ‘감리교 동성애 대책위원회’는 목사 137명을 전부 교단재판에 넘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전해진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성소수자 환대 목회가 옳았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재판부는) 종교단체 내부 일에 소극적이었던 많은 재판부의 시각을 넘지 못하고 법원에서 다룰 만한 일이 아니라고 선언했다”며 “재판부는 이동환 목사가 영광제일교회의 담임(목사)으로서 목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교단의 괴롭힘을 당해야 했던 2년이라는 긴 시간의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또한 “(재판부가) 보수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 행태에 면죄부를 준 것에 분노한다. 재판부는 굳이 ‘성경은 동성애를 금한다’고 해석한 개신교 일부 주장을 판결문에 남겼다. 한국교회가 교단을 초월해 문자주의적 성경해석을 앞세워 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며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상황에서, 이들(한국교회)이 이 판결을 어떻게 악용할지 재판부는 숙고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성소수자가 ‘수면 아래’에 있다는 표현도 지적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는 단 한 순간도 ‘수면 아래’에 존재한 적 없다. 또한 이동환 목사는 교단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당함을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이 일로 상처받았을 성소수자들과 연대활동을 지속했다. 이것이 재판부가 직시해야 할 ‘엄연한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성소수자 환대 목회가 옳았음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항소할 것이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동환 목사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다. 교회 안에 팽배한 성소수자 혐오에 애통함을 가지고 저항하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며 “우리의 항소는 사랑과 환대라는 넓고 깊은 길을 만들어낼 것이다. ‘엄연히’ 수면 위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를 마음껏 축복하며 이 길을 끝까지 간다. 무지개는 곧 십자가 위에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환 목사는 “가처분 판결을 보고 징계무효확인소송 판결도 잘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성소수자를 적대하는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보면 가처분 판결이 되레 이례적인 거였고 징계무효확인소송 판결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우리의 일상과 다름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감리회는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언어를 쥐게 됐다. 매우 안타깝지만 곧 교단재판에 넘겨질 다른 목사님들과 연대하며 항소심을 잘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