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상을 꿈꾼 탈시설장애인 이재윤 씨 영면

경기도 포천 ‘주사랑의 집’ 탈시설 김포 자립생활주택서 자립생활 시작 지하철 투쟁 현장 함께한 이 씨 분향소는 김포센터… 9일까지 조문 가능

2024-12-05     김진이 객원기자
이재윤 씨의 영정 앞에 국화가 놓여있다. 사진 김포센터
이재윤 씨를 추모하는 그림. 사진 김포센터

2021년,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주사랑의 집’에서 탈시설해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김포센터) 자립생활주택에서 자립을 시작했던 이재윤 씨가 지난 1일, 향년 38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폐렴과 당뇨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2023년 9월, 서울역에서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 현장에서 휴대전화 촬영을 제지하는 경찰에게 침을 뱉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라며 현장 체포됐다.

중증발달장애인인 이 씨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8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장애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판결에 이 씨는 지난달 28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씨는 김포장애인야학에 다니며 경기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활동했다. 올해 5월부터는 탈시설정착금을 받아 경기도 평택시에 원룸을 얻어 자립생활을 하며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에바다센터) 등 평택시 지역사회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이 같은 이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4일 오전 11시, 송탄병원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이 씨와 함께 포천시 시설에서 탈시설해 자립생활하는 발달장애인 동료 엄소현, 이은혜 씨가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1심 당시 이 씨를 변호했던 손영현 변호인은 “(이 씨는) 다섯 살에 삼촌 손에 이끌려 시설에 들어가게 됐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탄 기차가 좋아 기차를 자주 보러 가곤 했다. 서울역도 그날 그렇게 갔던 거다. 최초에 어느 시설에 맡겨졌는지는 기록이 없고, 여러 시설을 옮겨 살다 마지막에 있던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탈시설했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전철은 정거장마다 자주 서지만 기차는 계속 가서 좋다. 기차를 계속 타고 싶다.” 올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러 가는 길에 이 씨가 했던 말이다. 동행했던 문영준 김포센터 활동가에게 기차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씨의 추모식은 2일 오후 6시, 김포센터에서 열렸다. 3일 오전 9시 송탄병원장례식장 입관, 4일 오전 11시 발인, 오후 12시 30분 용인 평온의 숲 화장까지 에바다센터와 김포센터 학생 및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분향소는 김포센터 7층에 있다. 오는 9일까지 조문을 받는다.

이재윤 씨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김포센터
이재윤 씨의 동료들이 운구차 앞에서 이재윤 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 김포센터
이재윤 씨(오른쪽)가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사진 김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