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하루는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 박상호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은 그 의도와 달리 장애를 ‘극복’의 서사로 치환하며 비장애중심주의를 강화한다. 우리는 파리 올림픽과 더불어 열리는 파리 패럴림픽을 단순히 스포츠 축제의 장을 넘어 장애인권리 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무대로 만들고자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을 구성했다. 나아가 특사단의 투쟁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가 장애인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고자 했다. 우리의 목표는 파리 패럴림픽을 단순한 대회가 아닌 ‘파리 권리림픽’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 특사단의 여정, 오슬로에서 시작된 첫 투쟁

특사단의 첫 행선지는 노르웨이 오슬로였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투쟁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노르웨이에서 독일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려던 노르웨이 항공사에서 전동휠체어의 탑승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구호를 외치고 피케팅을 하며 카운터로 향했다. 항의 끝에 노르웨이 항공사 카운터로부터 본사의 착오가 있었으며 기내당 최대 4개의 전동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오슬로에 도착한 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출근길은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의 출근길 투쟁보다 이른 시간인 오전 7시 30분에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지하철에 들어서자마자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혔다. 경찰이 쫓아와 우리에게 지하철 내에서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경찰의 위협적인 눈빛과 말투에 우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주저하지 않고 휠체어에서 내려와 “STOP 오세훈!”(오세훈은 장애인권리 약탈을 멈춰라!)을 외쳤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갔다. 포체투지를 해야 하는, 이곳까지 온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명확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약탈당하고 장애를 이유로 온갖 차별을 겪으며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잡혀가거나 다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특사단으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포체투지에 임했다.

포체투지를 하는 동안 많은 시민들이 특사단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아 들고 우리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한 시민은 “Good luck”(행운을 빌어요)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주었다.

-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다이인 행동… 전 세계를 향한 외침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 후에도 매일 아침 포체투지에 나서며 장애인권리를 침해하는 한국의 현실을 알리는 우리의 투쟁을 이어갔다.

파리에서는 세계적인 명소인 루브르박물관에 방문했다. 박물관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건물까지 모두 화려했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기습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했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 아래에 멈춰선 나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박물관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목과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었다.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다이인 행동이라니 두렵기도 했지만, 포체투지 당시 했던 그 결심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분명히 있다. 장애인권리약탈자 오세훈과 윤석열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고발해야 한다.’ 특사단의 루브르박물관에서의 다이인 행동은 단순한 시위를 넘어 전 세계를 향한 외침이자 강력한 고발이었다.

- 장애인의 속도 존중받은 경험… “더 큰 투쟁 이어갈 것”

특사단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마지막 날이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동지들과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 앞 교차로에서 그린라이트 투쟁(도로 점거 시위)을 벌였다. 우리는 약 10분간 도로를 막으며 시위를 이어갔다. 달려오던 버스나 차들은 우리 앞에 멈춰 섰고 어느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묵묵히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장애인이 밖에 나와서 차를 막냐’고 욕하지 않았다. 욕설이나 비난 대신 보였던 그들의 태도는 한국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한국에서 장애인들은 여전히 무능력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권리보다는 시혜의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에서의 경험은 장애가 장애가 아닌 사회, 장애인의 속도를 존중해주는 사회, 인간의 권리가 우선시되는 사회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정은 단순히 몇 개국을 순회하며 시위를 벌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 장애인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연대와 협력을 요청했다.

특사단 활동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 장애인권리를 위해서 끝없이 외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더 큰 힘을 모으고, 더 큰 목소리를 내며, 하나가 되어 더 큰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