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연대, 출범 2년만 창립총회… “장애인들아, 깃발 아래로 모여라”
2022년, 가짜뉴스 속에서 출범한 탈시설연대 인천, 대구, 경기, 서울 등 전국 곳곳 지부 설립 출범 2년 만에 첫 창립총회… 곧 투쟁가 제작 시국선언문도 발표 “탈시설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시설연대)가 창립 2년 만에 총회를 열었다. 탈시설장애인들은 13일 오후 3시, 서울시 종로구 유리빌딩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탈시설한 사람들아. 탈시설연대 깃발 아래로 모여라. 할 일이 많다. 투쟁이 많다”고 말했다.
탈시설 관련 법안을 입법하지 않는 국회의원, 탈시설지원조례를 폐지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향해선 “너희가 탈시설을 아느냐. 모르면 아무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면 장애인거주시설에 가서 한 달이라도 살아보고 얘기해라”라고 말했다.
- 가짜뉴스 뚫고 출범한 탈시설연대, 전국 곳곳 지부 설립
‘세계 최초의 탈시설 당사자 연합체’인 탈시설연대는 지난 2022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에 출범했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현 개혁신당 국회의원)를 중심으로 탈시설에 관한 가짜뉴스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탈시설연대는 탈시설에 관한 매도와 탄압 속에서 출범을 알렸다.
이후 전국 곳곳에 지부가 생겨났다. 처음으로 지부가 생긴 곳은 인천시다. 지난해 4월 18일, 탈시설연대 인천지부를 시작으로 6월 26일 대구지부, 7월 7일 경기지부가 연이어 출범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지부는 지난 4월 24일 출범했다. 총회에서는 “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도 지부가 생기면 좋겠다” 등의 발언이 있었다. 앞으로 전국에 다양한 지부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지부가 생겨나고 회원도 177명으로 늘게 되자 탈시설연대는 첫 번째 창립총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대표는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 김동림 김포장애인야학 교감이다.
박경인 대표는 미혼모시설에서 태어나 23세까지 살다가 탈시설한 발달장애인이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탈시설운동에 앞장서 왔다. 김동림 대표는 한국 탈시설운동의 초석이라 불리는 ‘마로니에 8인’ 중 한 사람이다. 2008년,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탈시설한 김 대표는 서울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하며 탈시설권리를 쟁취했다.
이 외에도 전국 지부의 대표단과 회원들이 총회에 참석했다. 의장으로서 총회를 이끈 박경인 대표는 “의장은 처음이라 마음이 떨리고 걱정도 되지만 첫 총회가 열려 너무 좋다. 이제 (공식적인) 탈시설연대 대표가 된 것도 좋다”고 말했다.
- 곧 투쟁가 제작, 가사에 어떤 내용 들어갈까
탈시설장애인들은 이번 총회에서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가’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투쟁가 노랫말에 들어가면 좋을 문구를 모은 것이다. 아래 문구를 바탕으로 투쟁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동료들아. 하루빨리 탈시설하자. 무서우면 도와달라고 해라. 내가 기꺼이 도우러 가겠다.”
“탈시설한 사람들아, 탈시설연대 깃발 아래로 모여라. 할 일이 많다. 할 투쟁이 많다. 더 모여야 한다.”
“탈시설연대 깃발 아래로 모여서 투쟁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여행 가면서 친해지자.”
“너희가 탈시설을 아느냐. 모르면 아무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면 시설 가서 한 달이라도 살아보고 얘기해라.”
“(시설에 있는) 친구들아. 얼른 나와라. 특히 성호야, 파이팅. 나와라.”
- 시국선언문 발표 “장애인 민주주의, 시설 문 앞서 멈춰… 탈시설에 연대하라”
탈시설연대는 창립총회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탈시설연대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이 선포됐다. 세상은 놀라고 분노했다. 그러나 시설 속 장애인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시설의 벽은 세상과 우리를 갈라놨다. 세상이 분노하고 싸우는 동안 우리는 알 수 없었다”고 통탄했다.
또한 “시설에 입소한 우리의 긴 세월은 일상이 곧 계엄령 상태였다. 자유가 없고 인권이 없다. 시설은 아무리 권력을 휘둘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아직도 시설에 3만 명의 장애인이 남아있다. 감금과 통제 속에서 하루하루 3만 개의 삶이 지워진다”고 성토했다.
탈시설연대는 “왜 어떤 이는 여전히 인권과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왜 우리는 비장애인에 대한 통제에는 분노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통제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가. 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설 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어 “탄핵이 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설의 벽이 남아있는 이상, 시설이 우리 삶을 빼앗은 걸 사과받지 않는 이상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작하지 않는다”며 “탈시설장애인이 탈시설을 외친다는 건 아직 민주주의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앞으로 도래할 민주주의에 대한 물리적 희망이다. 탈시설에 연대하라. 민주주의를 상상하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