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탈시설장애인 시국선언문: 시설과 계엄 속에서 사라지는 일상, 탈시설로 쟁취할 민주주의
[편집자 주] 지난 13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아래 탈시설연대)가 출범 2년 만에 창립총회를 열었다. 탈시설연대 회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탈시설장애인이 열어갈 민주주의를 선언했다. 이에 비마이너는 탈시설연대 시국선언문 전문을 싣는다.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이 선포되었다. 세상은 놀라고 분노했다. 그러나 시설 속 장애인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밤이었다. 시설의 벽은 세상과 우리를 갈라놓았다. 세상이 분노하고 싸우는 동안,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한 우리의 긴 세월은 일상이 곧 계엄령 상태였다. 자유가 없고, 인권이 없다. 시설은 아무리 권력을 휘둘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아직도 시설에 3만 명의 장애인이 남겨져있다. 감금과 통제 속에서 하루하루 3만 개의 삶이 지워진다.
세상은 시설을 “보호”라고 부른다. 윤석열도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고” 했다. 시설과 윤석열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끝났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이어진다. 우리는 시설에서 나왔다. 그러나 시설 안에서의 일상도 이어진다. 왜 어떤 이는 여전히 인권과 자유가 없는 사회에 살아가야 하는가? 왜 우리는 비장애인에 대한 통제에는 분노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통제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가. 왜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설 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가.
탄핵이 이루어지는 날을 꿈꾼다. 그러나, 탄핵이 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 생각하지 않는다. 시설의 벽이 남아있는 이상, 시설이 빼앗은 우리의 삶에 대해 사과받지 않는 이상, 우리가 시설 안의 장애인을 만날 수 없고, 시설 안의 장애인들이 우리를 만날 수 없는 이상, 민주주의는 시작하지 않는다.
비상계엄이 남발된다는 우려, 장애인이 다시 시설에 가둬질 수 있다는 우려. 언제든지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없다. 언제든지 누군가가 사회를 단절시킬 수 있고, 일상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탈시설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탈시설장애인이 탈시설을 외침은 아직 민주주의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앞으로 도래할 민주주의에 대한 물리적 희망이다.
탈시설에 연대하라. 민주주의를 상상하라.
2024년 12월 13일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