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막혔던 전장연 3·1절 특사단, 마침내 일본 도착… “투쟁 계속”
활동가 7명, 하네다공항서 4시간가량 고립 지난해 11월 일본 투쟁 문제 삼아 박경석 대표는 일본행 비행기 탑승조차 못 해 예정대로 야스쿠니 신사 앞 장애인권리 캠페인 진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3·1절 일본 1박2일 원정 특사단(아래 특사단) 단원 7명이 1일 오후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 채 4시간가량 공항에 고립됐었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활동지원사 2명과 비마이너 기자 1명을 포함한 7명의 특사단원이 제지당했으며, 이들은 모두 지난해 11월 일본 AA(Against Ableism, 비장애인중심주의 철폐) 특사단 투쟁에 참여했었다.
- “일본 입국 저지, 명백한 표적 탄압이자 차별적 대우”
오후 7시경, 특사단은 일본 도쿄의 하네다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지난해 11월 일본 원정 투쟁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차례로 입국 심사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이후 활동가들은 개별적으로 불려 나가 출입국사무소 심사관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사관들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데모를 했는지”, “지하철 내 선전전에 가담했는지” 등을 물으며 지난해 11월 일본 특사단의 활동을 문제 삼았다.
또한, 심사관들은 “오늘 일본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는 등 활동가들의 입국을 지연시켰다. 7명의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약 1시간 30분이 더 지난 뒤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입국 수속을 진행했다. 활동가들은 “일본의 법률을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나서야 일본에 입국할 수 있었다.
전장연은 “일반적인 입국 절차에서 전혀 요구되지 않는 서약서를 활동가들에게만 강요한 것은 명백한 표적 탄압이자 부당한 행정조치”라며 “이는 정치적 견해와 활동을 이유로 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하고, ‘일본 법률 준수’라는 모호한 문구를 이용해 전장연의 평화적 캠페인을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장연 “야스쿠니 신사서 권리 외치고 돌아올 것”
앞서, 세 번째 일본 입국을 시도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조차 하지 못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대한항공을 통해 박 대표에게 “입국 자체를 불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박 대표가 입국하려면 ‘특별 비자’가 필요하다고 통보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박 대표는 일본 정부로부터 입국 거부를 당했다. 12년 전 선고받았던 집행유예가 그 사유였다. 박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2010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반인권적 행태를 보여온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퇴 및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제한·자부담·시간제한 폐지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한 투쟁이었다.
이를 두고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테러리스트’ 등 요주의 인물의 입국을 확실하게 저지하기 위해 엄격한 입국심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며 박 대표의 입국 시도를 막았다.
전장연은 1일 출국 전 오후 1시,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이, 우리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 그렇지 않은데 박경석 대표가 왜 일본에 함께 갈 수 없는지 모르겠다”며 “기필코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권리스티커 한 장이라도 붙이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동지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꼭 가서 우리가 왜 왔는지, 우리가 왜 투쟁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할 때 일본인은 우등하고 한국인은 열등하다는 우생학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서 비장애인은 ‘우등한 인간’, 장애인은 ‘열등한 인간’이라면서 장애인들을 시설에 가두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제 식민주의가 남겨놓은, 우생학을 기반한 장애인들에 대한 역사적 범죄이다. 한국 정부가 이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6년이 지났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독립운동’ 아니겠는가.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하지 않는다. 매년 3.1절에 모여 ‘장애인거주시설은 우리가 살 곳이 아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고 외치자.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한 명도 빠짐없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의 독립운동을 힘차게 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일본에 입국한 특사단은 예정대로 2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장애인권리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