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그다음은 오세훈 퇴출”… 서울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
서울장차연, 시청 동편서 420투쟁 결의대회 진행 “장애인권리 약탈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자격 없다” 결의대회 후 시청에서 종로구청까지 행진 서울시·종로구에 “활동지원시간 온전히 보장하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가 26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동편에서 ‘윤석열은 파면으로! 오세훈은 심판대로! 장애인은 지역사회로! 2025 서울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울장차연은 중증장애인 노동자를 해고하고 탈시설권리를 약탈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고, 뇌병변중증장애인 조선동 씨의 활동지원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서울시와 종로구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시내를 행진했다.
- “‘탈시설 지우기’ 앞장서는 오세훈 퇴출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매년 3월 26일부터 5월 1일 노동절까지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 규모의 투쟁을 이어간다. 해마다 장애인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3월 26일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하며 싸우다 숨진 장애여성이자 반빈곤운동가인 최옥란 열사의 기일이다. 서울 지역 장애인들도 3월 26일을 맞아 오세훈 시장이 있는 시청에 모였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탈시설 지우기’에 앞장섰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 시행을 발표했다.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의 ‘자립역량’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장애인의 탈시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탈시설 과정을 전문가가 통제하여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와 권리를 배제하는, 명백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시설 장애인을 직접 만나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하던 ‘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서울시의회는 장애인들이 수십 년 동안 투쟁해 얻어낸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 2년 만에 없앴다. 탈시설지원조례는 서울시 장애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명문화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였다.
박초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이 학대당하는 ‘인권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서울시는 솜방망이 처분을 하고 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탈시설이 아닌 시설 편에 서 왔다. 시설은 존재만으로 인권적일 수 없다. 한 사회복지사가 여러 장애인을 관리하고 통제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존중될 수 없는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탈시설 장애인들은 윤석열의 계엄 이후 발표한 시국 선언문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끝났다. 그러나 왜 어떤 이는 여전히 인권과 자유가 없는 사회에 살아가야 하는가. 왜 장애인의 민주주의는 시설 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가.’ 서울시는 이 질문에 탈시설권리 보장으로 응답해야 한다. 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참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탈시설뿐”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 연대 시민들 “세상을 바꿔온 우리, 끝까지 투쟁”
결의대회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해고노동자인 허지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은 “지난해 오세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을 해고해 버렸다. 오세훈은 지하철 타는 장애인을 ‘사회적 테러’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시가 장애인 400명의 일자리를 빼앗은 게 테러 아닌가. 적반하장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허 사무장은 “세종호텔 지부는 코로나 시기에 정리해고 당했다. 사측이 고용유지지원금만 받고 고용을 유지하지 않았는데도 서울시와 고용청, 아무도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 그렇게 장애인들과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해고자가 되었다. 이처럼 오세훈은 사회적으로 해고자를 양산하는 시장이다. 그렇게 노래하던 ‘약자와의 동행’이 이런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규탄했다.
한화오션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아래 거통고지회)도 자리에 함께했다. 송예은 거통고지회 조합원은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외침은 거제 조선소에서도, 오늘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도 울리고 있다. 누군가는 우리의 외침이 ‘이기적’이라고 한다. 또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의 순서가 올 수 있는가. 몇 명의 발달장애인이 더 죽어야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살 수 있고, 몇 명의 하청노동자가 더 죽어야 안전대책이 마련되는 것이냐.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힘겹고 처절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원래 그렇다’는 세상을 바꿔온 존재들이다.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 탈시설 장애인 조선동 씨 “종로구에서 살 수 있도록 24시간 활동지원을”
결의대회 참여자들은 결의대회 직후 종로구청으로 행진했다. 그러던 중, 협의 하에 결정된 행진 경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행진하는 이들을 막아 세웠다. 이에 장애인들을 비롯한 행진 참여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마침내 다시 길이 열릴 수 있었다.
이들이 종로구청으로 향한 이유는 조선동 씨의 활동지원 권리를 쟁취하기 위함이다. 조 씨는 수십 년간 시설에서 거주하다 탈시설한 뇌병변중증장애인이다. 조 씨는 경기도에 거주할 때는 24시간 활동지원을 받았으나, 그가 거주하길 원하는 서울시와 종로구청에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24시간 활동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민푸름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경찰이 막고 있는 종로구청 앞에서 조 씨의 발언을 대독했다.
“저는 술도 먹고 사고도 많이 쳐 동료들의 속도 많이 썩였어요. 안 그래도 장애인이 지역에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데 저 같은 사고뭉치는 더 싫겠죠?
그래도 지역사회, 그중에서도 종로구에서 살고 싶어요. 왜 살고 싶냐고요? 어차피 죽으러 들어간 마음으로 간 시설에서 나온 저는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 종로구에서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을 지원해 주세요.”
서울장차연은 이날 서울 420투쟁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탈시설권리 보장,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전원 복직,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등과 함께 오세훈 시장 퇴출을 위한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