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빈민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6일 최옥란 기일 맞아 모인 도시빈민 “차별 심화시킨 윤석열 파면돼야” 쪽방주민에게 필요한 건 후원 아닌 공공개발 철거민은 생존을, 노점상은 장사를, 농민은 농사를

2025-03-27     하민지 기자
피켓에 “홈리스를 차별하고 쪽방주민 몰아내는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쪽방주민, 홈리스 등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선고문을 낭독했다.

파면 사유는 △대책 없는 도시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철거민의 절규를 외면한 것 △ 노점 단속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폭력적인 단속을 강행한 것 △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장애인을 강제연행한 것 등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과 동자동사랑방 등은 26일 오후 6시 30분, 최옥란 열사 기일을 맞아 ‘빈민 장애인 대회’를 열고 “사회 양극화와 차별을 심화시킨 윤석열은 즉각 파면돼야 한다”고 외쳤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날 집회에는 동자동쪽방촌 주민이 참석해 ‘공공주택 사업을 하루빨리 추진하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렸다. 지난 2021년 2월, 서울시와 국토부는 동자동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건물·토지주의 반대에 부딪혀 공공개발은 4년 넘게 표류 중이다.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전 대표는 “쪽방주민에게 필요한 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이 아닌 공공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사는 용산구 동자동쪽방촌은 가난한 도시주민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800여 명의 주민 중 약 70%가 생계급여에 의존해 삽니다. 주민이 사는 곳은 집이 아닌 ‘방’입니다. 평균 1.5평(4.9㎡)이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어 주거환경은 비인간적이고 열악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주거지라 불립니다.

쪽방촌에는 가난한 이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개인과 기업의 후원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쪽방주민에게 시급히 지원돼야 하는 건 물품이 아니라 주거문제의 해결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던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화장실이 있고 벌레가 없고 조용한, ‘집 같은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뭘 바라는지 생각지도 않고 한밤중에 계엄이라는 몽둥이를 들고 국민을 우롱했습니다. 이런 대통령은 당연히 파면돼야 합니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철거민, 홈리스, 노점상도 빈곤과 불평등을 야기한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은 “노동자가 노동할 권리, 농민이 농사지을 권리, 노점상과 철거민이 생존할 권리, 홈리스와 쪽방주민의 주거권,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권리 등이 바로 민중생존권”이라며 “이 땅의 계엄과 내란을 종식하고 그 자리에 자유, 평등, 생존권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이전에도 수용시설이 있었다. 노점단속도 있었다. 집이 없어서 거리로 내몰리는 삶, 강제철거당하는 삶은 언제나 있었다”며 “극우는 빈곤과 불평등을 토양으로 삼는다. 우리의 피눈물을 극우의 양분으로 내어주지 말자. 우리가 겪은 빈곤과 고통을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무기로 벼려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의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의장은 최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최 의장은 “윤석열‘들’은 장애인과 노점상, 철거민을 탄압하고, 농민과 도시빈민은 구속했다. 너무나 분통이 터지지만 나는 자신한다. 여기 모인 동지의 힘으로 반드시 윤석열을 파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파면선고문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에 격리된 장애인, 약탈개발로 생존공간에서 쫓겨나는 철거민, 노점상과 함께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을 쟁취하기 위한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