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2년째 서울시 사업 미선정 규탄

서울시, 영화제 예산지원 2년 연속 無 올해에는 ‘영화제’ 항목 자체를 삭제 “오세훈 장애인 탄압의 연장선” 2025 23회 영화제도 시민 후원으로 개최

2025-04-10     하민지 기자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 “서울시, 돈 내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소중한 문화여가 생활이다”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가 올해도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탈락하며 2년 연속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영화제 측은 9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작년부터 이어지는 서울시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인권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사진 김소영

2024년, 서울시는 ‘장애인인권영화제’라는 항목의 사업 자체를 집행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의 유일한 공모 단체인 영화제 측은 명확한 사유도,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영화제 측은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화를 매개로 인권을 얘기하고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는 영화제는 서울시 행정 농간으로 예산이 한 번에 사라졌다”고 규탄했다.

4년간 받아온 서울시 예산지원이 돌연 중단됐지만 영화제는 시민의 힘으로 막을 올릴 수 있었다. 22회 영화제는 약 1천 명의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영화제 측은 “검열과 억압으로 지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걸 당당히 증명해 보였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장애인인권영화제’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서울시가 자율 공모로 공모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영화제 측은 “서울시는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 삭제를 중단하고, 2025년 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모 사업을 신청했다.

지난달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공모사업 결과를 보면 △장애유형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①문화예술, 관광 및 체육활동 지원 ②장애인 역량강화 및 취업 활성화) △장애인신문 등 두 분야에서만 단체를 선정했다.

이로써 영화제는 2년 연속 서울시의 지원금이 끊기게 됐다.

박김영희 영화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김영희 영화제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아래서 영화제가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제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이 주체가 돼서 만들어진 영화를 시민과 함께 관람하고, 공감하며 세상을 바꿔 나갔을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영화제를 향한 행정적 압박은 오 시장이 장애인 정책 전반에 대해 취한 퇴행적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오 시장은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없앴고, 서울시 추가 활동지원서비스를 삭감했으며, 반(反) 탈시설 기조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박김 대표는 “서울시가 장애인을 지우고 없애더라도 우리는 지워지지 않고 꺾이지 않는다. 올해에도 시민의 힘으로 영화제를 열 것”이라며 “오 시장이 장애인과 영화제에 어떤 탄압을 가했는지 잊지 않고 반드시 비판하면서 영화제를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영화제 프로그램팀에서 활동하는 홍성훈 집행위원은 “매년 공모되는 수십 편의 영화를 보고 상영작을 선정해 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모작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장애인 당사자를 (스크린에) 재현하는 걸 넘어, 장애인이 직면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홍 집행위원은 “반면 서울시는 퇴행의 길로 가고 있다. 영화제를 공모사업에서 배제한 건 명백한 인권탄압이다. 오 시장은 탄압을 멈추고 영화제 개최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퍼포먼스. 오세훈 분장을 한 시민이 칼을 들고 영화제를 탄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영화제 측은 성명을 통해 “예산이 없어도 영화제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도 시민의 힘으로 영화제는 개최될 것이다. 서울시가 아무리 얄팍한 술수로 영화제를 지우려 해도 우리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며 “서울시는 지금 당장 영화제 개최를 보장하라”라고 성토했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영화제는 그간 국내외 장애인권영화를 발굴하고 상영해 왔다. 영화제는 음성해설, 수어통역, 자막해설은 물론,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안내서’와 ‘쉬운 예고편’을 제공하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3회 영화제는 다음 달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시민의 후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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