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1년 만에 출근길 시위… 90분 투쟁 끝 열차 탑승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 둘째 날 1년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시민 500명 혜화역 승강장 집결 서교공, 집회 시작되자마자 폭력진압 무정차 통과 7번… 투쟁 끝에 탑승 쟁취

2025-04-21     하민지 기자
혜화역 승강장. 열차 문이 열려 있다. 장애인들은 타지 못 한 채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 하민지
“진짜 민주주의는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건너편에 혜화역장이 붙인 경고 현수막이 있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1박 2일 투쟁 둘째 날을 맞아 서울시 종로구 4호선 혜화역 승강장(동대문역 방향)에서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집회를 열었다.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에 진행됐다.

승강장에는 전장연 활동가와 시민 등 약 500명이 집결했다. 같은 시각, 4호선 오남역•선바위역에서도 탑승 투쟁이 진행됐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교통약자 안전지원 발판을 방패로 사용하며 장애인들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 사이로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는 집회 전부터 많은 인력을 투입해 집회를 막아섰다. 투입된 인력은 집회 참여자를 마주 보는 방향으로 일렬로 서서 ‘인간 벽’을 형성했다. 이번에도 교통약자를 지원하는 발판을 방패처럼 사용하며 휠체어 이용자 등의 탑승을 전면 차단했다.

집회에서는 다양한 참여자가 연대 발언을 이어갔으나 공사의 무리한 진압 때문에 발언이 들리지 않았다. 집회현장 곳곳에서 “불법 채증을 멈춰라”, “집회를 막아서지 말라”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 시각 공사는 “특정 장애인단체의 불법 시위로 인해 열차가 혼잡하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공사가 평화집회를 계속 방해하자 집회 참여자 500여 명은 “비켜라, 비켜라”라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공사의 인간 벽에 가로막혀 제대로 된 집회를 할 수 없었지만 일부 시민은 “왜 또 출근길에 XX이냐”, “아, XX 비켜”, “XX X친다” 등의 욕설을 하기도 했다.

넘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 시민이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폭력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을 뚫고 탑승을 시도 중인 박경석 전장연 대표. 사진 하민지

9시경, 전장연은 집회를 마치고 열차에 탑승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문(스크린도어)이 열리고 휠체어 앞바퀴가 열차 내에 닿기도 전에 공사의 폭력진압이 시작됐다.

활동가들은 열차 문이 열렸는데 타지 못한 채 휠체어에서 떨어지고, 끌려나다 넘어졌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출근길 열차에 오른 시민이 열차 안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좁은 승강장을 오가며 인권침해 상황에 항의했다. 공사 직원들은 변호사들에게도 “비켜라”라고 하며 장애인들의 탑승을 무력으로 제지하고 불법 채증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공사는 무정차 통과 조치했다. 탑승 시도 10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열차 7대가 혜화역에 서지 않고 지나갔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박경석 대표를 향해 “이게 뭔가. 평화롭게 (집회)하고 가셔야지. 약속을 안 지켜서 실망”이라고 역정을 냈다. 기자가 무슨 약속이냐고 물었지만 해당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9시 30분경, 탑승 시도 30분 만에 열차에 타는 데 성공했다. 장애인들은 열차 내에서 선전전을 이어갔다. 전장연은 20일부터 1박 2일간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천주교의 탈시설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