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의 거듭되는 시설강요… 부모연대 “자립지원법 제정하라”
천주교, 자립지원법 폐지 운동 벌여 결국 성당서 고공농성하는 탈시설장애인 부모연대 “시설폭력,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같아” “자립지원법 제정하고 장애인 24시간 지원하라”
천주교의 탈시설 반대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국회 앞에 모여 “자립지원법 제정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지원받으며 살 수 있도록 예산 확보하라”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21일 오후 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고, 시설폭력을 비판하며 “종교라는 이름의 시설강요를 멈춰라”라고 외쳤다.
지난 2월 27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자립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시설거주장애인과 재가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주거전환 및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가 있음을 골자로 한다. 특히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자립’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크게 반발하며 국회전자청원 누리집을 통해 ‘자립지원법 폐지 청원’을 진행했다. 청원은 지난달 31일, 참여 인원 5만 명을 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전국 성당에 공문을 배포하며 자립지원법 폐지 청원 동참을 조직적으로 독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탈시설장애인을 포함한 탈시설운동가 3명은 천주교의 지속적인 탈시설 반대 행위를 규탄하며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 농성 중이다.
이정근 부모연대 호남권 부회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자립지원법이 오롯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싸워 나가자. 또한 우리 자녀에게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예산이 반영돼서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살아갈 수 있게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울산의 초대형 시설 ‘태연재활원’ 인권참사에 대한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김남연 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태연재활원 참사 해결을 안 하는 건가, 못 하는 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시설장애인이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가 시위 중”이라고 호소했다.
탈시설장애인인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시설 안에선 부모가 있는 사람도, 나처럼 부모가 없는 사람도 안전하지 않다. 태연재활원이나 송천한마음의집처럼 폭력을 피해 갈 수 없다. 시설 자체가 폭력이기 때문”이라며 “유엔고문방지위원회는 시설도 고문의 한 형태라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해경 부모연대 영남권 부회장은 “시설은 보통 산꼭대기에 있다. 그런 곳에 사람을 격리하면서 ‘물 맑고 산 좋은 데’라고 얘기한다. 정부는 효율을 앞세우며 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그러면 모든 국민을 전부 수용시설에 격리해야지 왜 장애인만 격리하나?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라고 성토했다.
부모연대는 이 외에도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체계 수립(특수학급 설치 의무화, 1교실 2교사제 도입, 통합학급 정원 감축, 행동지원 강화) △발달장애인 일자리 확대(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등) △발달장애인 건강권 확보(의료지원 활동추가급여, 발달재활 치료비 건강보험 급여 등) △주거생활서비스 1만 명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대선요구안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
또한 투쟁결의문을 통해 “때로 (천주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강요하며 장애인은 자기 결정권이 없는 사람 취급한다. 자기 잘못을 모르고 권세만 높은 종교인이 횡행한다”며 “세월호 희생자가 배에 갇힌 모습처럼, 이태원 희생자가 압사당하는 모습처럼, 장애인이 깊은 산 속 시설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맞고 사인이 불분명한 죽음을 맞는 참사를 목격 중”이라고 비판하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결의대회 후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를 돌며 요구안이 대선후보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