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오세훈 시장님, 대화합시다’… “응답 없으면 다시 지하철 탈 것”

최중증장애인 400명 해고·탈시설권리 삭제해 온 오세훈 장애인들, 복직 및 탈시설권리 보장 촉구하며 시청역에 모여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찬성한 문성호 서울시의원 난입하기도 면담 요청 공문 전달… 응답 없을 시 20일 지하철 탑승 예고

2025-05-13     김소영 기자

“얼마 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만나 ‘대화를 통해 탈시설권리 왜곡 문제를 풀자’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보건복지부 장관과도 면담을 가졌다. 보건복지부와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약속까지 했다.

이제는 오세훈 시장이 대화에 나설 차례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고 혐오를 조장해 얻는 이득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정치적 꼼수는 이제 버리길 바란다.

우리가 24년 동안 지하철에서 장애인권리를 외치는 이유는 책임져야 할 정치가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장관들이, 대통령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치가 제대로 책임지기를 바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3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 모여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이날 장애인들은 오세훈 시장의 ‘장애인권리 약탈’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을 탑승하려 했으나 이를 일주일 뒤로 유보했다.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요청서를 전달한 전장연은 오 시장이 이를 거부할 시 오는 20일 오후 3시 지하철을 탈 것을 선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3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 모여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방패로 변형한 휠체어 안전 발판을 든 채 장애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전장연, 왜 다시 ‘지하철 탑승 투쟁’을 선언했을까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을 시작했다.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지 않는 기획재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집 앞을 찾아가는 ‘지하철 탑승 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날부터 2024년 4월 8일까지 총 61차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했다. 이후 개원한 22대 국회에 장애인권리입법을 촉구하며 ‘지하철 탑승 투쟁’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1년 내에 장애인권리법안이 제정되지 않을 경우, 2025년 4월 20일에 다시 지하철을 탈 것을 선언했다.

지난 1년 동안 대부분의 장애인권리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20일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재개했다.

지난 3일에는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장애인권리정책 대선요구안을 전달하며 ‘63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현장을 찾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으며 면담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전하면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을 유보했다.

시청역 벽에 붙은 스티커. 스티커에는 오세훈 시장의 사진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님, 지하철 탑니다. 대화합시다”, “권리중심최중증장애인노동자 400명 해고 철회”, “탈시설권리 삭제 철회”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하지만 장애인들은 다시 지하철을 타기로 결단한다. 여전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응답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애계는 꾸준히 오 시장에게 장애인권리 탄압을 멈출 것을 요구해 왔다.

오 시장은 지난해 최중증장애인을 우선 고용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전면 폐지했다. 이로 인해 장애인 노동자 400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뿐만 아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탈시설 지우기’에 앞장섰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시설 장애인을 직접 만나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하던 ‘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서울시의회는 장애인들이 수십 년 동안 투쟁해 얻어낸 ‘탈시설지원조례’를 제정 2년 만에 없앴다. 탈시설지원조례는 서울시 장애인들의 탈시설권리를 명문화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였다.

장애계는 매일 아침 진행하는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다이인(die-in) 행동,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 등의 투쟁으로 오 시장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제는’ 혹은 ‘이제라도’ 오 시장이 응답할 차례임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에 다시 탑승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지하철 행동 참여자들이 손을 높이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탈시설지원조례 폐지 앞장선 문성호 서울시의원 “오세훈 면담 잡아줄 테니 나가라”

오후 3시가 되자 시청역 승강장은 2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장애인·비장애인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지하철 행동을 시작하려 하자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에 앞장섰던 문성호 서울시의회 의원이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찾아와 퇴거를 요구했다. (관련 기사: 문성호 서울시의원 “발달장애인, 세뇌당해 탈시설 옹호”… 발달장애인들 분노)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이규식 대표에게 “어디서 진행할 것이냐. 시민들에게 불편이 되기 때문에 역사 밖으로 나가서 할 것을 요구한다. ‘시민의 대표’로서 요청한다. 역 밖으로 나간다면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잡아주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 대표가 명확하게 “승강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퇴거를 요구했다.

문성호 서울시의원이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 대표는 “오세훈 시장이 아무 말도 없이 중증장애인 400명을 해고했다.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해고를 했으면 직접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문 의원에게는 “자신이 있으면 말만 하지 말고 직접 오세훈을 데리고 와라. 그러면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해고노동자·탈시설 당사자 “오세훈, 장애인권리 보장하라”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해고된 후 현재 해고 철회 및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이수 활동가도 발언에 나섰다.

김 활동가는 “문화예술활동을 하며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보고 춤도 췄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옷을 사 입고 담배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을 수 있어 좋았다”며 “장애인도 이 사회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 서울시가 해고를 철회하길 바란다. 복직되어 다시 일하고 싶다. 장애인의 권리를 빼앗은 오세훈이 잘리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활동가가 발언하는 도중 문성호 의원이 난입해 지하철 행동을 중단하고 퇴거할 것을 재차 요구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추경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음성 꽃동네에서 15년을 살다가 탈시설한 추경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 공동대표는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내가 왜 여기 들어왔는지’, ‘왜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일평생을 살다 간 사람들도 있다”며 “오세훈은 ‘약자 동행’이라면서 ‘약자 탄압’을 하고 있다. 탈시설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자”고 이야기했다.

- 노골적인 서울교통공사의 방해에도 지하철 행동 후 공문 전달

야마가타트윅스터의 연대 공연 중 김선호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 차장이 난입해 지하철 행동을 방해했다. 김 차장이 현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도 함께 진입하며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관이 마이크를 빼앗아 공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공연 난입에 항의하는 활동가에게 김선호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 차장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또한, 문성호 의원에게 비롯된 소란이 지하철 행동 말미에도 이어졌다. 문 의원은 지하철 행동이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며 참여자들의 발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문 의원이 다음 주 화요일 전까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을 타지 않고 일주일간 오 시장의 응답을 기다려 보기로 결정했다.

장애인들은 1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지하철 행동을 마치고 서울시청 정문으로 이동하여 김동은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팀장에게 면담요청서 공문을 전달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가 김동은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팀장에게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요청서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