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란·정태수 장애해방열사 추모 연극 ‘란, 태수야’, 29일 개막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8월 29일, 30일 무대 올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최초로 제기한 장애여성, 최옥란 열사 “살아남은 자, 조직하라” 진보적 장애인운동 조직가, 정태수 열사 “장애인운동 역사의 증인인 두 열사 이야기를 담은 공연”

2025-08-04     김소영 기자
최옥란·정태수 장애해방열사 추모 연극 ‘란, 태수야’ 포스터.

우리 사회 소수자의 삶에 주목하는 ‘창작공동체 무적의무지개’의 열사 추모 연극 ‘란, 태수야’가 음악극으로 재탄생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02년 3월에 세상을 떠난 최옥란, 정태수 두 장애해방열사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고 그들을 기억하고자 기획된 연극 ‘란, 태수야’는 두 열사의 20주기인 2022년 초연을 통해 관객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이후 연극 ‘란, 태수야’는 매년 공연을 통해 이 사회에 ‘차별’이라는 폭력에 항거하며 투쟁하는 많은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다.

김종환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집행국장은 “장애해방열사의 삶과 죽음은 불평등한 세상에 맞선 투쟁의 역사이자, 생존을 위한 한 분 한 분의 치열한 몸부림의 역사”라며 “지금도 여전히 치열한 몸부림 속에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 꼭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역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_단 대표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기에 장애해방열사라고 불리는 분들의 삶이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며 “결국 태수와 옥란의 꿈은 우리의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김 대표는 “두 열사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의 치열했던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비춰주고 있다”면서 “변하고 발전한 것도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불평등한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내야만 하는 정태수들, 최옥란들이 많다. 우리 모두 힘을 얻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옥란 열사(왼쪽), 정태수 열사(오른쪽). 사진 제공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최옥란 열사는 열병을 앓은 뒤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다. 장애여성이자 빈민, 노점상으로 살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문제점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이다.

그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고, 생명이나 다름없는 생계급여 전액을 국무총리에게 반납하는 등 치열하게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낮은 수급비로는 살 수 없고, 노점을 하면 수급권이 박탈되는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끝내 음독자살한다.

“이건 아니잖아. 싸워야지.” 최옥란 열사가 생전에 자주 했다는 말이다. 냉혹한 현실에 맞서 싸운 그의 말과 용기는 지금도 살아 남아있다.

“살아남은 자, 조직하라”는 말을 남긴 정태수 열사는 탁월한 조직가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양하지 장애인이 되었지만, 정태수 열사의 활동력은 어마어마했다. 만날 사람이 있다면 목발을 짚고 어디든 달려갔다.

1996년 열린 장애인고용촉진걷기대회를 성사하기 위해 수차례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각 지역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당시 단체의 높은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전국의 장애인운동 활동가들도 대부분 정태수 열사를 알 정도였다.

살아생전 마지막 사업으로 장애인 청년학교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후 장애인 정치연수원 등을 만들며 “장애인도 정치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정태수 열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태수, 최옥란 열사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난 동료이다. 두 사람을 비롯해 그들의 동료들,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헤쳐 나갔는지 그리고 그 삶들이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작품에 담겨 있다.

연극 ‘란, 태수야’의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씨앙(진준엽 무적의무지개 대표)은 “우리가 계획한 공연은 당시의 ‘시대상’을 다루는 것”이라며 “최초의 정권 교체, 처음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수급자들이 겪는 모순, 오이도 참사와 장애인이동권 투쟁, 비참한 죽음에 아랑곳없이 흥성흥성 진행되는 월드컵 축제 등 당시 우리 사회 시대상과 장애인운동 역사의 증인인 두 열사 이야기를 담은 이 공연을 매년 올려 그 의미를 기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29일 저녁 7시 30분, 30일 오후 3시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이음센터 5층 이음아트홀에서 진행된다. 공연장엔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전석 3만 원(장애인 등 50% 할인)으로 예매는 플레이티켓에서 할 수 있다.

▶예매: 플레이티켓 홈페이지 바로 가기
▶공연 관련 문의: 김현정(010-8917-5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