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 제정 요구에 정부 “신중 검토”

장애계,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위해 입법 필요 강조 17일 국회서 권리중심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 토론회 열려 서미화, 김선민 대표발의…법안심사소위 계류 중

2025-09-23     이재민 기자
박경석 대표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에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지원과장과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이재민

17일 국회에서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아래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대표발의 의원, 정부 관계자, 장애인 단체가 모인 토론회가 열렸다.

복지부는 토론회에서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에 대해 “신중 검토”하겠다고 답하며 입장 표명을 미뤘다. 노동부 역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서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토론회는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의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및 향후 과제’ 발제로 시작됐다.

김 교수는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일자리)에 대해 “UN장애인권리협약 제8조 인식 제고와 관련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는 활동을 직무로 하며, 17조에 따라 근무기간 등 동등한 노동권을 보장받고, 일반논평 제8호에서 공공부문이 먼저 채용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은 절묘한 일자리”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처럼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존폐를 위협받지 않고 중증장애인에게 근무 기간과 임금 등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장애인 노동정책을 선도하기 위해서라도 입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 발제 화면.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고용촉진법,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을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은 ‘신중 검토’해야 한다며 미온적이었다. 김민정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장은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발달장애인 읽기 쉬운 자료 감수, 인식 개선 강사 등의 내용을 복지 일자리가 하고 있어 중첩된다”면서 “다른 일자리는 지침으로 규정하는데 이 일자리만 법으로 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미진 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 역시 권리중심일자리에 대해 “평상시에 일반적으로 쓰는 노동과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박 사무관은 근무기간 및 최저임금 보장 등 김 교수가 말한 권리중심일자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괜찮은 일자리’를 모델로 한다는 데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법안 내용이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들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고민을 좀 더 해보겠다”고 밝혔다.

논의는 플로어 토론이 진행되며 ‘인식개선 직무’와 ‘괜찮은 일자리’를 쟁점으로 더욱 격화됐다.

복지부가 복지 일자리 내 인식개선이나 권익옹호 관련 직무가 권리중심일자리와 유사하다고 밝힌 데 대해, 복지 일자리와 권리중심일자리가 수행하는 인식개선 업무는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플로어에서 제기됐다.

이에 김민정 복지부 자립지원과장은 “완전 동일하다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발제자인 김기룡 교수는 “다양한 일자리의 한 직무를 제안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과 홍보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사람들을 양성하는 체계적 노력의 일환으로 권리중심일자리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괜찮은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김민정 과장이 매년 참여자를 다시 선발하는 장애인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인지 묻는 질문에 답하며 논의에 불이 붙었다. 김 과장은 장애인이 장애인일자리 등 공공일자리를 매년 연속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전체 장애인에 대해 저희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특혜’가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좌장인 박경석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대표는 “특혜라는 말을 쓰시는데 그러면 공무원들은 다 특혜냐”며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만 그렇게 규정하는 것 자체에서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도 “괜찮은 일자리와 아닌 일자리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부분에 있다”며 “법이 제정됨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게 핵심 포인트”라고  답했다.

권리중심일자리특별법안은 작년 12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으나 아직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