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이 박경석에게 배상…버스시위 불법연행 2심도 인정

서울중앙지법, 양측 항소심 기각하고 1심 판결 유지 경찰이 박경석 대표와 활동지원사에 1천만원 손해배상해야 재판부, 체포-호송-구금 모두 위법하다고 봐

2025-09-26     이재민 기자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경찰이 부른 호송차량에 탑승하다가 급격한 경사로 인해 뒤로 나자빠졌다. 경찰이 부른 차량은 교통약자 탑승 장치가 있는 특별교통수단이 아니라 일반 스타렉스 리무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비마이너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버스탑승 시위를 하다 연행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활동지원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경찰의 연행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1심 결과를 유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찰 연행이 불법적이고 장애 차별적이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하며 경찰 측의 항소 사유를 기각한 것이다. 1심에서 재판부는 국가가 박경석 대표에게 700만원, 활동지원사에게 300만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3년 7월, 박 대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버스에 태워달라며 계단이 있는 버스 앞을 막고 1분간 시위했다. 이에 경찰은 박 대표가 탄 휠체어를 보행로로 강제로 끌어냈고, 경찰대원들을 동원해 박 대표를 30분 가까이 비 오는 거리에 고립시켰다.

이후 1시간가량 지나서야 경찰은 박 대표를 경찰서로 호송한다며, 휠체어 전용 좌석과 안전장치가 없는 스타렉스 차량을 가져왔다.

이어 경찰은 차량의 옆문을 열고 가파른 경사로를 가져다 대며 박 대표를 탑승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경사로의 지나친 기울기에 의해 휠체어가 뒤로 넘어가 낙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경찰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가 위법하고 호송 방식이 장애 차별에 해당한다며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피고인 경찰과 원고인 박 대표가 각각 항소했으나 2심에서 재판부가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의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인도 위에서 경찰 방패에 에워싸인 박경석 대표. 사진 비마이너

법원 “경찰의 체포와 이송, 이후 구금 모두 위법하다”

2심에서 유지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찰의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씨의 행동에 대해 “미신고 집회로 본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하여 집시법상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정도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범죄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긴급 체포 사유에 해당하는 증거인멸의 우려 역시 없다고 봤다. 원고가 언론에 의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체포 이후 호송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박 대표를 비 오는 거리에 대기시킨 것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도주를 시도하거나 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빗속에 방치하여 둔 것은 허용되는 범위 내의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인권을 존중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을 준수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차량으로 박 대표를 호송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차량이 장애인 이동편의를 위한 차량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정한 특별교통수단으로 보기 어렵고 경사로 역시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울기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1심 재판부는 박경석 대표가 경찰서로 연행된 후 조사를 마치고도 30시간 이상 구금되어 있던 것에 대해 “체포한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며, 원고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경찰이 계속 구금한 것은 그 자체로 “형사소송법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꾸짖었다.

박경석 “경찰의 장애인 탄압 이제 그만 되었으면”

법원의 2심 판결에 대해 원고인 박 대표는 “경찰이 책임을 다하도록 더 엄중하게 묻기 위해 우리 측도 항소했으나 기각된 것은 아쉽다”면서도 “1심 재판부의 결정으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만큼 앞으로는 경찰이 장애인들에 대한 불법적인 연행 등을 반성하고 변화시켜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1심 재판부가 경찰이 호송 차량을 부르기 전 대중교통을 타거나 장애인콜택시를 직접 호출하라고 한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경찰이 위법한 체포와 더불어 호송, 구금 등에서 인권을 침해했음에도 통상 유사 재판의 손해배상 액수만 인정한 판결에 대해 항소한 바 있다.

박 대표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최현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체포하고 장시간 구금하거나 장애인 호송차량을 마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경찰의 직무집행 위법성이 2심에서도 확인된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