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민주당, 예산 응답해야” 전장연 64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

‘지하철 바닥 기며, 매일 국회 찾아갔지만’ 예산 약속 못 받아 남영역에서 노량진역까지 역마다 타고 내리며 1시간가량 이동 이후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하며 시민 호소

2025-09-29     이재민 기자
전장연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광화문역에서 제64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재민

29일 오전 8시, 출근이 한창인 시간에 장애인들이 또다시 지하철에 모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64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이기 위해 모인 것이다.

오전 8시 광화문역에는 전장연 활동가와 시민 60여명이 운집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편 다른 30여명의 무리는 남영역에 모여 두 정거장 떨어진 노량진역으로 8시 8분부터 9시 12분까지 64분간 타고 내리며 이동했다. 이에 노량진역은 9시 20분부터 무정차 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요 요구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애 관련 예산 증액을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일 예산 심의를 위해 2026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로 송부했다. 국회는 오는 11월부터 이재명 정부의 예산안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라 감액은 국회 의결만으로 가능하지만 증액은 국회와 정부 부처가 협의해야 가능하다. 

전장연은 국회로 송부된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장애인이동권 구멍난 예산, 차별을 조장하고 비장애인중심의 운영을 강화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갈라치기 예산,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를 세습하는 가짜 예산, 탈시설권리 무시 집단적 수용시설 강화하는 감금 예산, 오세훈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무시 예산”이라고 평한 바 있다.

전장연은 “지하철 바닥을 기며 매일 국회로 찾아간 결과 22일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면서도 확실한 예산 약속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노량진역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한 줄로 늘어서있다. 사진 김소영

광화문 기자회견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장애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성토가 이어졌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은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약속하지만 늘 예산에서는 후순위”라며 “장애인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적극적 예산 편성”을 주문했다.

김경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역시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콜택시 등을 언급하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시위에서는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장애인권리예산이라는 정당한 주장을 하는데 문제인 것처럼 만드는 정치가 문제”라며 “경찰의 탄압이 줄어든 것은 이재명 정부가 나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예산 반영 없는 가짜 권리만을 이야기하는 현실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인권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한 UN연설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탈시설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예산은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이가 평등한 그날까지, 모든 이가 억압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김황경산 서대문은평시민연대 사무국장 역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입법과 예산이 없으니 지역에서 함께 살지 못한다”며 “연대의 열차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와 국회를 규탄했다. 

이후 전장연은 광화문역과 노량진역에서 출발해 국회의사당역으로 이동하여 마무리 집회 후 해산했다. 전장연은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반영 약속이 없으면, 오는 11월 3일 6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