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협 22주년, 기재부 농성 돌입 “IL센터 차별 없는 지원 쟁취할 것”
“구윤철 기재부 장관 나올 때까지” 정부세종청사 농성 돌입 이재명 정부, 공약과 달리 예산으로 복지시설과 IL센터 차별 한자협 “단순한 수치 아닌 자립생활 운동 폄훼하는 정책적 척도” 장애인들 “22년 버텨 이 자리까지… 앞으로도 투쟁해 승리할 것”
창립 22주년을 맞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가 2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 민원1동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에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의 역사와 존재를 예산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하고 구윤철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앞서 오후 2시 30분에는 500여 명의 장애인이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앞에 모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 차별 없는 지원 쟁취를 위한 하반기 집중투쟁선포 전국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국회가 IL센터의 독자적 위상 강화를 위한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장애인복지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제정하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장애인복지법 제4장(자립생활의 지원)을 강화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시설화’를 막기 위한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구윤철 기재부 장관 나올 때까지” 기획재정부 농성 돌입
오후 4시, 총궐기 대회를 마친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세종시 일대를 행진하며 복지부에서 기재부로 향했다. 오후 6시경 기재부 인근에 도착한 이들은 농성에 돌입하기 위해 기재부 민원1동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300여 명의 경찰이 출동해 방패로 장애인들을 거칠게 막았고, 민원동 주변에 진입한 이들을 고립시키며 사방을 차단했다. 이에 한자협 활동가들이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자리를 확보해 내 천막농성장 1동과 텐트 3개를 설치했다.
- 예산으로 IL센터 차별하는 이 정부… “자립생활 운동 폄훼하는 정책적 척도”
장애인들이 기재부 앞에서 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이재명 정부가 예산으로 IL센터를 차별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IL센터 기능 강화 및 지원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IL센터 예산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자협에 따르면, 지난 9월 국회로 이송돼 심의를 앞둔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 IL센터는 전국 75개소에 대해 한 곳당 ‘5명 인력 기준’으로 평균 약 2억 1천만 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은 17개소에 대해 한 곳당 ‘7명 인력 기준’으로, 평균 3억 2천만 원이 책정됐다.
IL센터는 장애인복지법 제54조에 근거를 둔 단체로, 권익옹호 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확립해왔다. 반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은 윤석열 정부와 내란 세력이 강행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58조 제1항 제2의2호에 근거한 장애인복지시설의 하나다.
한자협은 “이재명 정부의 예산안은 단순한 수치상의 격차에 그치지 않는다”며 “그동안 복지부는 ‘복지시설이 아니라서 지원이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워 예산 확대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정부 역시 그 논리를 답습해, 신규로 설치되는 기관보다 낮은 수준의 지원을 받도록 했다”며 “이는 정부가 지난 20년간의 장애인권리 운동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정책적 척도”라고 지적했다.
- 장애인들 “22년 버텨 이 자리까지… 앞으로도 투쟁해 승리할 것”
앞서 복지부 앞에서 열린 전국총궐기대회에서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2023년 이종성 당시 국민의힘 의원 등 내란 세력이 장애인복지법을 개악했을 때, ‘IL센터가 방탕하게 운영된다’, ‘동료상담을 빌미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다’는 등의 거짓말로 IL센터를 폄훼하고 갈라치기 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관만 지원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 아닌가”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이제는 끝장을 봐야 한다. 시설이 아닌 IL센터, 그리고 자립생활서비스를 예산으로 강화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책임지고 주체성을 갖는 IL센터를 반드시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이형숙 한자협 회장은 “우리는 22년을 버텨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22년의 투쟁으로 시설에 있던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며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함께 투쟁해 복지부 장관도, 기재부 장관도 만나 반드시 승리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한자협과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및 장애인자립기반과와의 면담이 진행됐다. 한자협에 따르면 IL센터 지원 강화와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 입법 추진에 대해 복지부 측은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장애인들은 구윤철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기재부 앞 천막농성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