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들, 국회서 “3기 진화위 출범 위해 과거사법 조속히 개정하라”
2기 진화위, 다음 달 활동 종료 국가폭력 진상규명 좌초 위기 “과거사법 개정해 3기 진화위 열어야”
국가폭력 피해자와 시민 300여 명이 22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행한 폭력, 국가가 책임져라”라고 요구했다. 형제복지원, 고아원 등 수용시설 피해생존자, 해외 강제입양 피해자, 군사정권 고문피해자의 유족 등은 부산시에서만 대형버스 두 대를 대절해 오는 등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또한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국회의원 57명과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등 130개 국내외 국가폭력 피해단체와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이들은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가 올바르게 설립되고 진상규명 조사가 조속히 이어질 수 있도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아래 과거사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과거사법은 과거 발생한 국가폭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통해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이루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 따라 설립된 2기 진화위가 오는 11월 26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국가폭력 피해자의 진상규명 노력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최종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생 최우혁 열사가 당한 국가피해를 증언했다.
최 지회장은 “우혁이는 1986년 4월, 서울대 시위현장에서 발등에 최루탄을 맞고 뼈가 깨진 후 군대로 강제입대 됐다. 군대는 기다렸다는 듯 ‘이 XX들은 군대를 적화시키러 온 빨갱이들이야’라고 하며 동생을 폐쇄된 공간에 가두고 ‘학생 때의 활동을 모두 불어라’라며 고문을 일삼았다. 5개월 뒤 동생은 까맣게 그을린 시신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졸도하신 후 뇌졸중으로 고생하다가 한강에 몸을 던지셨다”고 말했다.
또한 “3기 진화위를 위한 과거사법은 국가폭력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단호한 과거사 청산의지가 반영된 안으로 개정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방첩사령부가 가진 국가폭력 자료를 공개하도록 지시하라”고 말했다.
한종선 집단수용시설국가폭력피해생존인대책위 대표는 “1987년 기준으로 형제복지원에 3,700여 명이 갇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고작 600명밖에 안 된다. 나머지 사람들은 국가를 신뢰할 수 없고 자신이 보호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미적대다가 조사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2기 진화위는 이런 사람들을 구제하기는커녕 조사할 수 있는 문틈을 열어주지도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오늘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생존자가 많이 참석했다. 이 사람들이 용기 내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잘 다듬어서 3기 진화위를 조속히 출범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2기 진화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3기 진화위가 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 영장 청구 및 고발·수사 의뢰 권한 보장 △사건 특성에 맞는 조사 소위 구성 및 운영 △직권조사·전수조사 확대 △과거청산 의견수렴 기구 ‘숙의공론화장’ 마련을 통한 피해자 참여 등 법적 권리 보장 △소멸시효를 배제한 배·보상 기본계획 수립 △반역사적 인식의 인사 임명을 제한하는 조항 신설 등을 담아 과거사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