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피해 똑같은데 위자료 천차만별, 피해자 “불평등한 판결”
피해생존자 12그룹, 12개의 재판 판사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위자료 법원, 피해생존자 항소·상고 모두 기각 “마지막으로 사법부 의지했는데… 사과하라”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이 같은 피해를 겪고도 서로 다른 위자료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더는 다툴 이유가 없다며 심리 자체를 하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단 뜻이다.
피해생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불평등한 판결로 법원은 무엇을 얻으려 하나. 피해생존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대법원을 규탄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10월, 경기도 선감학원에서 일어난 아동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민변은 대리인단을 구성해 피해생존자 128명의 위임을 받아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대리인단은 “판사의 개인적 성향에 의해 국가폭력 피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낮게 책정될 걸 우려해, (원고 128명을) 12개 그룹으로 구분해 12개의 재판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강제수용 기간 1년당 위자료 인정금액이 적게는 4천만 원에서 많게는 8천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대리인단은 “동종(같은) 국가폭력 사건인 형제복지원의 경우 1년당 대략 8천만 원이 인정됐다. 이보다 낮게 결정한 재판부 판단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들은 대부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위자료를 1년당 8천만 원 수준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제15-2민사부(신용호·이병희·김상우 부장판사)는 1년당 5천만 원으로 결정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피해생존자들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이 지난 6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대리인단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동일한 피해에 대해 재판부 성향에 따라 위자료 책정기준을 달리하는 건, 피해생존자가 마지막으로 의지한 사법적 구제를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어떤 법리에 의하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5천만 원 판결을 받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이주성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불평등한 판결로 법원을 무엇을 얻으려 하나. 법원은 헌법이 정한 대로 공평한 재판을 했는지 대답해 달라. 대법원의 심리조차 받지 못할 만큼의 잘못이 내게 있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 씨는 “피해생존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당시 9살 꼬맹이였던 저는 65세가 됐다. 뼈마디마다 깊이 새겨진 아픔으로 너무 힘이 든다. 이제는 고통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대리인단은 “대법원은 피해생존자에게 사과하고, 위자료 산정기준을 정할 때 판사 개인의 자의성을 배제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