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교육감, 제3자 녹음 인정 주장에 “녹음기 보낼 정도면 가정학습 해야”

증거 인정 필요성 강조한 장애부모에 “여론몰이” 발언 논란 장애아동 부모들, 책임 회피하는 경기도교육청 강하게 규탄 장애부모 ㄴ 씨 “사건 왜곡한 교육청… 여론몰이는 누가?” 부모연대 “장애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하라”

2025-11-17     김소영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11일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제3자 녹음의 증거 인정 필요성을 강조한 장애부모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임 교육감은 “부모가 교사를 믿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건데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녹음기를 보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 정도라면 가정학습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단언했다고 전해졌다.

임 교육감이 언급한 사건은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시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특수교사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안이다. 이에 아이의 부모 ㄴ 씨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며 ㄱ 씨가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유명 웹툰 작가의 자녀가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몰래 녹음’ 논란만 부각됐을 뿐, 정작 녹음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 등 사건의 본질은 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아동 부모 ㄴ 씨 “사건 왜곡한 교육청… 여론몰이는 누가?”

해당 장애아동 부모 ㄴ 씨는 다음 날인 12일 즉각 임 교육감의 발언을 규탄했다.

ㄴ 씨는 “2023년 8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사건의 사실관계가 사법절차를 통해 확인되기도 전에 해당 교사를 지지하는 공개 탄원서를 작성했고, 조사 및 판결이 완료되기도 전에 복직을 승인했다. 또한, 교육청 변호사는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자료 중 피해 아동의 민감한 상담 내용을 발췌해 언론사에 직접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교육 당국이 마땅히 지켜야 할 중립성과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우리 가족과 교사 간의 상담 대화 내용은 맥락 전체를 무시한 채, 일부분만 선택적으로 발췌되어 왜곡된 형태로 보도됐고, 그 결과 우리 가족은 심각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 여론몰이를 누가 했는가”라고 분개했다.

ㄴ 씨는 “이러한 교육청의 대응은 교육행정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중립성과 공정성의 원칙에서 명백히 벗어난 것이며,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을 보호해야 할 교육 당국의 책무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며 “경기도 교육청이야말로 여론에 휘둘리기보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균형 있게 보호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5월1 3일,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 관련 사건’ 항소심 선고 직전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법원이 피해 아동의 방패가 되어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부모연대 “장애 학생과 그 부모에게 사과하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임 교육감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장애 학생과 부모는 난타를 당하며 교육 현장에서 쫓겨났다. 장애 학생의 부모가 녹음기를 들려 보내기까지의 과정은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학교만 보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서 심히 걱정되었던 마음에 녹음기를 들려 보냈다.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침묵 속에서 자신을 혐오하는 발언만 들어야 했음에도 자신이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하여 부모가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자인 교장에게 사안을 제기했을 때 마주했던 것은 ‘고소하세요’ 한 마디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감으로서 지켜야 할 중립과 품위를 내던지고 반교육·반인권·반장애적 내용으로 가해 교사만 일관되게 비호한 행위, 정서학대를 비호하며 ‘가정학습이나 하라’는 식의 비아냥이 오히려 특수교육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교사와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장애 학생들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부모연대는 경기도 교육청에 △장애 학생과 그 부모에게 사과할 것 △노골적인 가해 교사 비호, 직무유기 자질부족, 임태희 교육감은 사퇴할 것 △피해 학생의 회복과 복귀에 최선을 다할 것 △도 내 특수학급을 개방된 교실로 만들고 장애 학생 학대 예방 체계를 구축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재 본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특수교사 ㄱ 씨가 ㄴ 씨의 자녀에게 한 발언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며 200만 원의 벌금 선고를 유예하는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지난 5월 2심 재판부에서는 “몰래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ㄱ 씨를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