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반대 속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면제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소상공인, 테이블오더형 기기는 배리어프리 면제 과기정통부는 기술 지원한다는데 복지부는 예외 범위 확대 장애계, 시행령 개정에 대한 위헌 소송 준비

2025-11-20     이재민 기자
휠체어를 탄 노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상단에는 "장애인에게 키오스크에 대한 접근성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자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에 대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예외로 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라, 2026년부터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배리어프리 키오크스 설치 의무화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소상공인 등이 반발하자 이를 철회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8월 28일 입법 예고했다.

장애계는 이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개정안 통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또한 국회에서도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대법원에서 장애인 접근권은 기본권이라며 국가 책임을 분명히 했다”라고 질타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간담회 등을 통해 장애인의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며, 소상공인이나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대신 기존 키오스크에 호환되는 이어잭, 탈부착 점자키패드 등의 보조기기를 설치하거나 QR코드 등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또한 복지부는 보조인력이나 호출벨을 마련하는 것으로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에 엇박자 내는 정부 부처

복지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 대해 “소상공인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정보접근 방법을 제공하게 되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아래 과기정통부)가 키오스크에 대한 기술 지원을 통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라고 계획을 밝히고 추경 예산을 확보한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오히려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도입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인단말기 제조‧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배리어프리 기술력 보급, 확대를 위한 기술 자문을 추진해왔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공급이 늘면, 단가가 낮아지므로 도입 부담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2019년 유럽접근성법을 채택하며 올해 6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키오스크 제품에 접근성 요건을 의무화한 것과 같은 접근이다. 상품 생산과정부터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게 해 제품 가격에 대한 차이를 줄이는 방식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키오스크 기기 교체 시 비용 부담이 큰 만큼 기존 기기에 추가모니터 등을 부착하거나, 배리어프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도 추진해왔다.

장애계, ‘두 번째 접근권 소송으로 대응하겠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12일 “정부의 무책임하고 차별적인 장애인 정책을 규탄한다”며 즉각 위헌 소송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이승헌 장추련 사무국장은 “(복지부가) 사실상 키오스크 기기 대부분에 접근이 불가능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시행령이 법 취지를 한참 벗어나 오히려 후퇴시키고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들의 거듭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다”라며 “후퇴하고 있는 장애인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하여 차별 시행령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 등 모든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4년 12월 29일 대법원은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는 예외적으로 적용한 데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아 왔다며 소를 제기한 장애인에게 손해 배상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