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행위 입증 위한 제3자 대화 녹음 인정 법안 발의됐다
김예지 의원 아동학대처벌법 등 4개 법률 개정안 발의 개정되면 제3자 녹음 통한 학대 증거 수집 합법 의사표현 어려운 피해자가 ‘최소한 방어하기 위한 힘’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 등 학대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3자가 학대 사실을 녹음할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법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19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4개 법안에 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각 법이 정하고 있는 학대 신고 의무자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기계)장치를 통해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김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서는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에 대한 학대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의원의 이번 법 개정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2심 재판부가 부모가 녹취한 학대 사실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학대 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은 장애아동이 학교를 다녀온 이후 불안 증세를 보이자 부모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고, 이를 통해 교사가 아동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한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부모가 한 녹음을 증거로 채택해 가해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해외국가에서는 학대행위와 관련해 비밀리에 녹음한 자료의 예외적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법원도 보호자 등 제3자의 비밀 녹을 통해 학대 사실이 밝혀진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고 전했다.
법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재판부에 따라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19일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경인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시설에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든 학대를 받은 적도 많았다”며 “이런 학대는 학교에도, 회사에도 있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일수록 학대를 받아도 상황을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제3자 녹음이) 감시되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며 “스스로 표현하기 어려운 당사자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힘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법안 개정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