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활동지원제도 개편 TF 출범…24일 첫 회의

국민연금공단 72일 농성 끝에 시작하는 활동지원 TF 장애계 장총, 장총련, 전장연 3개 단체 참여 종합조사표 한계 넘어 필요에 맞춘 서비스로 개편 가능할까

2025-11-21     이재민 기자
'현행 활동지원서비스 제도'라고 적힌 상자를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개편을 위해 TF(전담팀)를 출범한다. TF는 오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계 단체들과 첫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장애계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TF 출범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를 중심으로 장애인권단체들이 지난 5월 29일부터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를 72일 동안 점거한 끝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지난 8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TF를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히며 가시화되었다.

활동지원서비스 TF, 무엇이 논의될까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이 필요에 따라 일생생활을 조력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에게 1대 1 지원인력을 배치하는 사업이다. 장애인이 얼마나 인력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는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이 종합조사를 받더라도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배부되던 활동지원 시간에 문제를 제기하며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2012년 8월 21일부터 2017년 8월 25일까지 1842일간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하자, 전장연의 요구가 수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장애등급 대신 활동지원 시간을 책정하는 종합조사를 통해 기존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졌다. 활동지원 시간은 장애인의 필요가 아니라 정부 예산에 맞춰 결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장연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종합조사 점수별로 나와야 하는 장애인의 수를 먼저 산정해 놓고, 이에 따라 종합조사 지표와 지표별 점수, 조정값을 구성했다. 또한 종합조사를 통해 활동지원 시간을 받더라도 1일 최대 16시간에 불과하도록 활동지원 시간에 상한선을 뒀다.

조선동으로 시작한 이제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

그러던 와중에 김포시에서 거주하던 탈시설 장애인 조선동 씨가 자립체험홈의 입주 기간이 끝나 서울시 종로구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이제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이 촉발됐다.

조 씨는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최중증장애인이지만 종합조사를 받아도 480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1구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포시에서 거주할 때는 지자체가 추가로 제공하던 활동지원 시간을 지원받았지만 종로구에서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지자체마다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한자협을 비롯한 장애인권단체들을 현행 종합조사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5월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를 점거하는 한편, 지난 5월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국민연금공단 광주지역본부, 경인지역본부, 대구지역본부, 부산지역본부, 세종지역본부 등에서 전국적인 농성을 진행했다.

한자협은 농성을 하며 조사원별로 천차만별이던 종합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국적인 재조사 작업을 추진했다. 전국 장애인 314명 중 154명이 종합조사 재조사를 통해 더 많은 활동지원 시간을 받게 되기도 했다.

전장연 “이제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합시다”

전장연은 TF의 첫 회의를 앞두고 오는 2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장연은 “2017년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서 예산 핑계를 대던 보건복지부는 끝내 장애인의 삶을 조각내는 종합조사를 탄생시켰다”며 현행 종합조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제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며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진짜 논의”를 하는 TF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