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제정, 보편적 복지 선도해야"

부모연대 등 4개 단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총선과 대선 맞아 조속 입법', ' 제정운동으로 보편적 복지 성취' 등 입장 달라

2011-12-06     홍권호 기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공동주최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6일 늦은 2시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열렸다.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 4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모연대 등은 6일 늦은 2시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호기를 맞아 조속히 발달장애인법 제정에 나서자는 의견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편적 복지를 선도하는 발달장애인법 제정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견해가 나뉘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노석원 부회장은 “발달장애인 지원에 대한 법률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동안 4개 단체가 각각 안을 준비해온 상황에서 이를 하나의 단일안을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라면서 “특히 가능한 한 빨리 가시적인 결과를 원한다거나 입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실적인 대응을 하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는 A의 입장과 발달장애영역이 타 장애영역과 욕구가 다른 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차별화된 법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B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부회장은 “하지만 법률의 필요성은 물론 내용까지도 발달장애인관련단체, 정부, 연구기관에서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단체들이 단일안을 만들어서 공동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면 전략적 선택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입법을 위한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어느 시기까지는 A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만약 그 시기까지 입법이 불가능해질 경우에는 B안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김정임 부회장은 “가칭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추진연대’를 결성하고 실무자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면 법 제정뿐만 아니라 다른 관련법들의 추가 개정 등을 위한 노력에 힘을 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또한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을 지지하는 다른 단체가 있다면 이들도 추진연대에 포함했으면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한위수 정책위원은 “발달장애인지원법이 제정되면 서비스를 맡게 되는 사회복지사들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으므로, 발달장애인지원법과 사회복지사 자격의 전문화 등에 대한 입법을 사회복지사 단체와 함께 추진해나가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또한 발달장애인지원법의 대상을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아스퍼거증후군이나 뇌병변장애인 등과 같이 발달장애인에 준해 같은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집단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국제발달장애우협회 전현일 대표의 말처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법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면서 “따라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운동은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발달장애인부터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선도적인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특히 발달장애 문제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항상 주류의 공공과제였던 미국과 달리 이제야 영화와 드라마, 언론 등을 통해 발달장애라는 용어가 그나마 조금씩 알려지는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라면서 “따라서 결코 서둘러서는 곤란하며,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운동이라고 표현했을 때 이는 발달장애와 발달장애인을 사회에 제대로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발달장애관련 네 개의 단체가 중심적으로 연대해 발달장애인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에 조속히 법을 제정하기 위해 소수 전문가를 모아 복지부와 유력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법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부모연대는 법을 만들기도 전에 내부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또한 총선과 대선을 통해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내년에는 법안을 충실히 만들며 제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실 이문희 보좌관은 “복지예산이 늘어나 다른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라면서 “또한 장애인의 최대 후원자이자 방해자는 부모라는 양면성을 숙고하고 철저히 검증해야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엉뚱한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은 “법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학으로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4개 단체가 모여 법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때처럼 열린 구조로 법을 만들어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발달장애우협회 전현일 대표가 '미국의 발달장애 체제의 관점에서 본 한국 발달장애인 지원법 제정에 당면한 문제점'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지정토론에 앞서 국제발달장애우협회 전현일 대표는 ‘미국의 발달장애 체제의 관점에서 본 한국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에 당면한 문제점’이라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전 대표는 당면한 문제점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발달장애인의 권리, 국가 지자체의 의무 △지원과 서비스 체제의 기준과 접근성 △지역사회 주거체제와 탈시설 △부모 사회 계획 - 후견인제도, 특수 신탁제도 △법 제정을 위한 권익단체의 연대와 전문가 조직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특히 전 대표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의 정도를 나타내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어도 그것이 필요한 지원과 서비스가 어떤 것인가를 결정할 수 없다”라면서 “부양의무제 또한 비합리적이고 위헌의 소지가 될 수 있으므로 폐기되어야 하며, 이 같은 제도가 유효한 상태하에서 제정되는 발달장애인지원법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후견인제도는 장애인의 법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에 최소한의 제약을 가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신변후견인은 두어도 재산후견인을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면서 “미국의 발달장애부모들이 잘 쓰지 않는 후견인제도보다는 신탁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부모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후견인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그 비용을 내고 사례관리 담당인력은 국가의 재정으로 운영되는데, 앞으로 성년후견제의 신상보호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다면 복지부 입장에서는 사례관리를 부모가 재정을 부담하는 후견인을 통해 해결한다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라면서 "따라서 앞으로 신상보호의 범위와 관련해 강제입원, 시설 강제입소,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수술 등의 의료적 처치를 넘어서는 후견업무는 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