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1년, 장애인과 연대시민은 광장이 아니라 지하철에 모였다

비상계엄 해제 1주년 맞아 국회 앞 지상, 지하 문화제 열려 전장연, 국회의사당역 안에서 ‘12.3 내란척결 문화제’ 진행 장애인, 청소년, 해고노동자 등 “일상이 계엄인 사람들” 성토

2025-12-04     이재민 기자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 12. 3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담화)

3일 오후 7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연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서 열린 내란척결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재민
내란척결 문화제에 참여한 장애인 활동가들과 연대 시민들. 사진 이재민.

세계장애인의 날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 1년째 되는 지난 3일. 전국의 장애인들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들은 광장이 아니라 지하철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회원 및 이에 연대하는 시민 200여 명은 3일 오후 7시 국회의사당역 대합실에 집결했다. 이들은 역사에서 ‘12.3 내란척결 문화제’를 열고, 시민들에게 장애인도 시민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호소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시민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고 외쳐왔다”라면서 “(내란 이후) 이재명 정부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국회와 싸웠는데 우리가 요구한 예산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지난 2일 의결한 2026년 정부 예산안에는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 이동권, 자립생활 등의 예산이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광장이 담지 않은 민주주의, 지하철에서 쏟아져

같은 시각 지하철역 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아래 비상행동)’가 주관하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아래 시민대행진) 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시민대행진 행사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원내 정당만 공동 주최로 표기하고 다양한 의제를 담지 않았다며 시민사회의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지하철역에서는 현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란척결 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미류 체제전환운동 공동조직위원장. 사진 이재민.

전장연의 내란척결 문화제에 참여한 미류 체제전환운동 공동조직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못하게 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노조법의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는 시행령에서 (하청업체의) 교섭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며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복지 예산 아껴 반도체 산업 지원하고 신공항 더 지으라고 우리가 그렇게 싸웠냐”라고 성토했다.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계류 중이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려고 해 (청소년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투쟁을 계획했지만 경찰과 중구청이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며 강제 철거했고, 천막을 지키려고 하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패대기쳤다”며 공권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재이는 “국민이 임명했다는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책임지고 움직여야 한다”며 규탄했다. 또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불평등과 차별의 일상을 살아가는, 일상이 계엄인 사람들이 있는 한 민주주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장연의 내란척결 문화제에 참여 중인 노동당과 녹색당 대표단. 사진 이재민
발언 중인 장혜영 정의당 전 국회의원. 사진 이재민.

이날 전장연의 내란척결 문화제에는 진보정당인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을 비롯해 민달팽이유니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시민건강연구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플랫폼C, 홈리스행동, 홈리스야학 등이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전장연, 이재명 대통령 직접 만나려 나섰지만 불발

한편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시민대행진에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시민들의 기대가 높았다.

이에 전장연 활동가 10여명이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행사장 무대 옆쪽에 자리를 잡고 피켓팅을 벌였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문구를 한 글자씩 출력해 들고 이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렸다. 전장연 옆쪽에서는 세종호텔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노동자 해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경호처 등의 만류로 오후 7시 30분경 행사 불참을 결정하면서,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시민대행진 전경. 사진 이재민.
국회의사당 앞, 전장연 활동가들이 시민대행진 무대 앞에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가 한 글자씩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재민
"세종호텔, 옵티칼 문제 정부가 책임져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사이로 활짝 펼쳐져 있다. 사진 이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