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예술의 새 시도, '매직타임' 공연 올린다
극단 파전, 21일부터 사흘간 서울대에서 '매직 타임' 6회 공연 "장애유무 상관없이 각자의 배우들이 미적 성취를 추구"
기존 장애인예술이 담아내지 못한 예술양식과 관람방식에 대한 고민을 기초로 창단한 프로젝트 극단 ‘파전’이 오는 21일 서울대 두레문예관에서 사흘간 공연에 들어간다.
서울대, 선문대, 한국외대 등 여러 대학을 다니는 장애인·비장애인 학생 20여 명이 모여 만든 파전은 ‘깨뜨리자(破) 이전의 것들(前)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에 극단 파전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제임스 셔먼의 원작을 지난 1998년 장진 감독이 연출해 장기흥행에 성공한 ‘매직 타임'(MAGIC TIME)이다.
매직 타임은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배우들의 무대 뒤 평범한 일상을 다룬 액자 형식의 작품이다. 장진 감독은 매직타임 초연 당시 전라도 사투리를 하는 마당극 햄릿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파전은 이를 바탕으로 삼고 다양한 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표현을 더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파전은 “파전의 매직타임은, 이제 원작의 걸쭉하고 유쾌한 매력과 더불어, 엄숙하고 정형화된 고전극 햄릿의 틈새를 다양한 몸과 표현을 통한 창조적 변주를 덧붙인다”라면서 “이른바 ‘장애’라는 이름으로 수동적이고 열등한 존재로서 묘사되는 배우들의 몸을 당당하고 매력적인 고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제작 및 기획을 맡은 김원영 씨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각자의 배우들은 각각의 역할을 통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라면서 "따라서 장애가 있는 배우가 극 중에서 장애인 역을 맡거나 움직임이 덜한 역을 맡는 것으로 역할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예를 들면 극중극 형식으로 나오는 햄릿의 칼싸움 장면 등은 중증장애가 있는 배우는 소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중증장애인 배우가 전동휠체어 동선을 이용해 박진감 있는 싸움 장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액션과 무대장치, 소품 등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즉, 파전은 공연을 통해 장애가 있는 몸에 부여되었던 기존의 통념들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장애 유무를 떠나 각자의 배우들이 미적 성취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새로운 단계를 모색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채팅기능을 이용해 배우들의 대사와 동시에 해당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이용해 해당 장면과 상황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보행이 불편한 관객을 위해 공연당일 늦은 3시 30분과 7시 서울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공연장까지 휠체어리프트가 있는 버스를 운행한다.
이번 공연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대 두레문예관 공연장에서 매일 늦은 4시, 저녁 7시 두 차례씩 공연하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