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첫 날에
2010-06-25 최석윤
4학년이다.
시간도 잘 가지만 한빛이도 잘 자란다. 이제 키도 훌쩍 커서 턱밑에 닿는다. 어제 내린 비로 아침 날씨가 쌀쌀하다. 일찍 일어난 녀석은 여지없이 경기를 하며 의자에 겨우 몸을 기댄 채 고개는 꺾어져 있고, 팔은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로 있다. 그런 녀석과 함께 아침을 여는 것이 매일 전쟁이다.
새 학기를 맞아 첫 날인데 이런 상태로 간다면 힘들겠다 싶은 마음에 슬며시 일으켜 세운다.
“한빛, 오늘 학교 가는 날인데 이러면 곤란하지”
그러자 슬그머니 웃음을 흘린다. 정신을 수습하고, 아침을 먹고 씻고 집을 나서려는데 이놈은 시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컴퓨터에 붙어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휴대전화에 있는 음악으로 살살 꼬드겨 슬금슬금 밖으로 유인하자 녀석이 한 걸음씩 따라나온다.
아침 시간은 얼마나 잘 가는지 모른다. 일어나 허튼짓하지 않고 준비를 하는데도 벌써 9시가 다 됐다. 첫 날이니 지각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인데 이 녀석은 등교에 별 관심이 없다. 후딱 차에 태우고 올라가니 이미 선생님과 아이들은 상견례 중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몇몇 아이들이 한빛이를 알아본다.
선생님이 누구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한빛입니다.”
“아, 이 아이가 한빛이군요”
어디에 앉힐지 두리번거리는데 한 아이가 맨 뒷자리를 지정한다. 늘 한빛이가 가장 뒷자리에 앉아 생활하니 아이들은 으레 그런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는데,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덩치도 있고, 보조원 선생님과 함께 앉아 지내다 보니 뒷자리에 있어야 다른 아이들 학습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생각 어딘가에 갈고리처럼 걸려 있지만,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빛이를 맨 뒤에 앉히고, 나오려는데 선생님이 따라나온다.
“제가 이번에 이곳에 부임해 와 아무것도 모릅니다. 한빛이에 관해서 연락을 자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오늘은 보조원이 오지 않나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수교사에게 한 번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럼 연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내려가면서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돌아서려다 다시 한 번 선생님에게 부탁을 한다.
“한빛이에게 뭐 가르치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저도 안 합니다.”
매번 하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한다.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하는 이야기다.
“제가 원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런 환경,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짧은 시간 이야기를 하고 얼른 내려와 특수학급에 들르니 선생님은 올 한 해 운영과 관련해서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가 한창이다. 방과 후나 치료, 보조원 운영 등 매년 하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아버님도 의견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그냥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세요. 늘 하던 대로 선생님이 결정하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학급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선생님에게 일임한다. 딱히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태라면 선생님이 정리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기도 하고, 아이의 사정이나 학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맡기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입학식이 있는 날이라 바로 하교를 한다고 해, 얼른 집에 들러 챙길 것을 챙기고 점심을 준비해 바로 복지관으로 갈 채비를 한다. 다시 학교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한참 기다리니 한빛이가 내려오는데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목소리도 기운차고 표정도 밝다. 잘 지낸 모양이다.
복지관에서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집에 와서 탈을 만들기 시작이다.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경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계속이다.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쓰러지고, 일어나고, 또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한다. 그냥 누워서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날이 영 개운치가 않다. 오늘은 더 심하게 경기를 하고, 더 많이 힘들어한다. 이제 시작인데 이러면 올 한 해 어렵게 가야 할 것 같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시간도 잘 가지만 한빛이도 잘 자란다. 이제 키도 훌쩍 커서 턱밑에 닿는다. 어제 내린 비로 아침 날씨가 쌀쌀하다. 일찍 일어난 녀석은 여지없이 경기를 하며 의자에 겨우 몸을 기댄 채 고개는 꺾어져 있고, 팔은 아래로 늘어뜨린 상태로 있다. 그런 녀석과 함께 아침을 여는 것이 매일 전쟁이다.
새 학기를 맞아 첫 날인데 이런 상태로 간다면 힘들겠다 싶은 마음에 슬며시 일으켜 세운다.
“한빛, 오늘 학교 가는 날인데 이러면 곤란하지”
그러자 슬그머니 웃음을 흘린다. 정신을 수습하고, 아침을 먹고 씻고 집을 나서려는데 이놈은 시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컴퓨터에 붙어 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휴대전화에 있는 음악으로 살살 꼬드겨 슬금슬금 밖으로 유인하자 녀석이 한 걸음씩 따라나온다.
아침 시간은 얼마나 잘 가는지 모른다. 일어나 허튼짓하지 않고 준비를 하는데도 벌써 9시가 다 됐다. 첫 날이니 지각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인데 이 녀석은 등교에 별 관심이 없다. 후딱 차에 태우고 올라가니 이미 선생님과 아이들은 상견례 중이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몇몇 아이들이 한빛이를 알아본다.
선생님이 누구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한빛입니다.”
“아, 이 아이가 한빛이군요”
어디에 앉힐지 두리번거리는데 한 아이가 맨 뒷자리를 지정한다. 늘 한빛이가 가장 뒷자리에 앉아 생활하니 아이들은 으레 그런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는데,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덩치도 있고, 보조원 선생님과 함께 앉아 지내다 보니 뒷자리에 있어야 다른 아이들 학습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생각 어딘가에 갈고리처럼 걸려 있지만,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빛이를 맨 뒤에 앉히고, 나오려는데 선생님이 따라나온다.
“제가 이번에 이곳에 부임해 와 아무것도 모릅니다. 한빛이에 관해서 연락을 자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신가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오늘은 보조원이 오지 않나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수교사에게 한 번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럼 연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내려가면서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돌아서려다 다시 한 번 선생님에게 부탁을 한다.
“한빛이에게 뭐 가르치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저도 안 합니다.”
매번 하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한다.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하는 이야기다.
“제가 원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런 환경,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짧은 시간 이야기를 하고 얼른 내려와 특수학급에 들르니 선생님은 올 한 해 운영과 관련해서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가 한창이다. 방과 후나 치료, 보조원 운영 등 매년 하는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다.
“아버님도 의견 있으시면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그냥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세요. 늘 하던 대로 선생님이 결정하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학급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는 언제나 선생님에게 일임한다. 딱히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태라면 선생님이 정리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기도 하고, 아이의 사정이나 학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맡기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입학식이 있는 날이라 바로 하교를 한다고 해, 얼른 집에 들러 챙길 것을 챙기고 점심을 준비해 바로 복지관으로 갈 채비를 한다. 다시 학교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한참 기다리니 한빛이가 내려오는데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목소리도 기운차고 표정도 밝다. 잘 지낸 모양이다.
복지관에서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집에 와서 탈을 만들기 시작이다.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경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계속이다.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쓰러지고, 일어나고, 또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한다. 그냥 누워서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날이 영 개운치가 않다. 오늘은 더 심하게 경기를 하고, 더 많이 힘들어한다. 이제 시작인데 이러면 올 한 해 어렵게 가야 할 것 같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