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와 다르지 않아!"
영화 'Me Too(미투)를 보고…
“난 너와 다르지 않아!”
스페인 영화 ‘Me Too(미 투)는 34세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다니엘의 첫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다소 진부한 영화 스토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진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런류의 내용전개도 없었다. 살짝 장애극복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내용의 영화도 아니다. 어찌 보면 사랑을 가장한 사회가 장애인에 또는 장애인이 사회에 쌓았던 벽을 허무는 영화였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한 개가 모자라서 생기는 장애다. 대부분 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대체로 모습이 비슷하고 지능이 현저하게 낮아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데 반해 다니엘의 지능은 여타 비장애인의 그것과 거의 같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우리나라에 구청 역할을 하는 관공서로 취직도 된다. 여기까지는 누가 봐도 장애극복 스토리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직장에 첫 출근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동료들로부터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특히 첫 눈에 반해버린 동료 여성 라후라는 다니엘을 직장동료로 대하기보다 어린 아이처럼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만 취급한다. 다니엘은 그런 차별적 대우에 대해 내색을 안 하려 하지만 불편해 한다. 평소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드리고 있었던 다니엘이었지만 그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비장애인의 삶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제로 다니엘 역을 맡은 배우 또한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졌으며 영화 주인공 다니엘의 모델이기도 하다. 어떤 사회든지 장애(인)를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는 비슷한 것 같다. 다니엘이 라후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에게 있는 또 다른 정체성인 ‘남성’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다니엘을 둘러싼 비장애인의 사회는 그를 무성의 존재로, 평생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강요한다.
다니엘의 형 부부가 운영하는 댄스교습소에서 춤 연습을 하다가 눈이 맞는 다운증후군 커플 또한 항상 아이취급만 하는 여성의 엄마로 인해 상처받고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기도 한다. 라후라 또한 다니엘의 솔직한 태도와 위트 있는 언변에 호감을 느끼지만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인해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고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 소위 장애를 극복한? 인물(다니엘)이었지만, 아마도 다운증후군 연인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 연인은 그저 평범한 다운증후군 장애인 연인이다. 그들은 서로를 끔찍이도 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의 사랑을 한낱 어린아이들의 불장난 정도로만 취급하려 한다. 영화는 그러한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비장애인들이 이럴 경우 결혼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그 연인들에게만큼은 유독 관대하지 못했다. 그들은 장애인이기도 하지만 성인의 남성과 여성이다. 다니엘 또한 라후라에게서, 사회라는 조직에게서 성인으로 남자로 인정받길 원했다. 비장애인인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고 외치지만 사회는 항상 우리들을 따로 관리하길 원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난 너와 다르지 않아!”, “난 너와 다르지 않아!”라고 외치면서 다니엘과 그의 동료 연인들을 통하여 그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했다.
결국 다니엘의 진실한 마음으로 인해 라후라는 다니엘을 받아들이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진 못한다. 그는 비록 뜨겁게 불타는 마지막 사랑을 끝으로 첫사랑을 떠나보내야 했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하여 보다 성숙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라후라의 고향에서 그녀와 마지막 밤을 불태우고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채 돌아오는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낮선 여성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붙이고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며 장애가 있기에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사회를 향해 닫혔던 벽이 다니엘의 마음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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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던 이유는 Me Too(미투) 영화를 수입한 배급사(바른손)의 관계자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을 영화 홍보차 방문하여 시사에 협조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