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 등장하는 뇌병변장애인, 어떻게 봐야할까?
드라마 전개와 하등 상관없는 전형적인 착한장애인 캐릭터
요즘 KBS(한국방송공사)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추노’라는 사극이 있다. 밤 10시대에 하는 수목드라마인데, 도망간 노비를 잡는 추노꾼을 주인공으로 해서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그리는 퓨전 사극이다. 조선 후기인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가 귀국하자마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소현세자를 따르던 훈련원 대장 송태하가 군량미를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해 추노꾼 대길 일행 등에게 쫓기면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노'에는 여러 부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복근(식스팩)이 돋보이는 추노꾼 대길 일행 3인과 그들의 목표인 송태하, 대길의 연인이자 원수의 동생인 언년이, 송태하를 잡아오라고 지시하는 이경식 대감, 대길과 앙숙인 추노꾼 천지호 일행, 그리고 송태하의 친구이자 라이벌로 그가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해 도망 다니자 장인인 이경식 대감의 지시로 송태하를 죽이려고 쫓는 강철웅, 그 밖에도 많은 인간군상이 등장해 드라마의 줄거리를 이어간다.
그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는 아마도 권력자 이경식 대감의 외동딸이자 강철웅의 아내인 이선영이 아닐까 싶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여성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맡은 배우 하시은은 뇌병변장애인 특유의 표정과 몸놀림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평을 들으며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드라마 속의 장애여성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점은 ‘왜, 이 사극에서 뇌병변 장애여성이 등장하지?’였다. 가난하고 배경 없는 강철웅이 이경식 대감의 딸 선영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함으로써 장인의 권력을 등에 업게 되지만 장애가 있는 선영에게 매몰차리만큼 차갑게 대한다. 선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무서워하면서 남편 강철웅이 아버지의 욕심에 다칠까 봐 삐뚤삐뚤한 글씨를 써서 보여주지만, 철웅은 못 알아보겠다며 종이를 구겨버리고, 말을 하면 못 알아듣겠다고 외면하고는 나가버린다.
이선영은 늘 커다란 방안에 홀로 갇혀 지낸다. 전형적인 '착한장애인' 캐릭터다. 그 시대에 그렇게 살았을 법한 장애인 상이려니 하고 보지만,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다. 나 역시 그러한 삶을 살아왔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봐도 드라마 전개와 하등 상관없는 캐릭터다. 어제도 나왔는데 더욱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추노'는 지배계급사회에 대한 피지배계급 저항의 역사를 그려보려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작품이긴 하지만,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한 장애인과 여성에겐 매우 불편한 드라마다. 앞서 언급했던 장애여성 캐릭터의 느낌과 함께 여성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불편하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긴박하게 도망하는 송태하의 발목을 붙들거나 근육질의 남성을 흠모하는 역할이 전부다. 스릴감 있고 주인공들의 화려한 액션이 멋있어서 즐겨보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 드라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