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있습니다. 좀 들어주세요."

이제는 이 사회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0-07-01     이연호 전북시설인권연대

저는 1급 장애인인 이연호라고 합니다. 뇌병변 2급, 언어장애 4급입니다. 저는 4살 때부터 18살까지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했습니다. 제 인생의 3/5을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말을 못 건넵니다. 언어장애가 심해서 상대방이 제 말을 못 알아듣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22살 때 처음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고 나서부터 인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또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저처럼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이 말하다가 언어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말하면 그 사람 쪽으로 귀가 돌아갑니다.

 

저는 지금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 이름으로 된 핸드폰을 바꾸기 위해서 대리점에 갔습니다. 처음에는 “어서 오세요!”라고 저를 반갑게 맞아주어서 저는 “공짜 폰 없어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부모랑 같이 오세요!”라고 해서 저는 “내가 왜 부모랑 같은 와야 되냐?”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무조건 ”나가세요!”라는 말만 계속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다른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조금 있더니 그 직원이 저를 뒤에서 안고 들더니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습니다. 그 후로 한 달 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팀에서 나와서 조사를 했고, 그 대리점에서 잘못 했다고 하면서 그렇게 그 일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저는 왜 마음이 좋지 않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그동안 다른 대리점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또 다른 장애가 있기 때문에 저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말을 한번 듣고, 또 들으면 무슨 말인지 귀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알아듣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나가라고만 합니다.

 

이제는 이 사회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통하는 것도 경험입니다. 그 사람 말을 못 알아들으면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물어보고 나서 좀 들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같은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도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고, 살고자 노력하는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