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 “생활임금은 인권이다”
불붙은 생활임금 쟁취 투쟁, 내년 20여개 주 최저임금 인상 전망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 운동에 불붙어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투쟁을 주도하는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이 인권이라고 말한다.
8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5개 주가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 내년에는 이미 인상 계획이 확정된 5개 주를 포함해 21개 주가 연방정부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메릴랜드, 몽고메리, 조지카운티에서는 지난달 2017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1.50 달러(약 1만2100원)로 인상했다. 워싱턴도 지난주 같은 규모로 최저임금을 올렸다. 워싱턴주의 시택시에서는 주민투표로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5800원)로 올리고 앞으로도 물가연동률을 적용해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불붙은 생활임금 쟁취 투쟁
불붙은 최저임금 인상 흐름은 월마트와 패스트푸드 등 저임금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요구 운동으로 시작해 급격하게 확산됐다.
지난해 6월 이후 월마트 노동자들은 부당노동과 노동운동 활동가에 대한 회사의 보복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 워싱턴 D.C. 등에서 잇따라 파업시위를 벌였고 10월에는 월마트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전체 12개 주 28개 매장에서 동시 파업을 조직하기도 했다. 한 달 뒤 11월 23일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전국 1000여 개의 매장에서 역사상 가장 큰 파업을 조직, 올해는 1500개 매장에서 동시 파업을 벌였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도 비슷한 시점인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사상 처음으로 20여 개점에서 200여 명 규모의 파업에 나서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단행했다. 노동자들은 월마트 동료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조직권과 15달러의 생활임금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올해 8월에도 50여 개 도시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으며, 지난 5일에는 100개 도시에서 동시 파업을 진행했다.
저임금 서비스노동자들의 파업은 전미서비스노조(SEIU)와 함께 시카고 ‘파이트포15’, 뉴욕 ‘패스트푸드포워드’ 등 지역 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저임금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이끄는 삶을 위한 투쟁
생활임금 인상운동을 이끄는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낮은 저임금 직종에 속한다.
1천만 명이 종사하는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 규모는 2천억 달러에 달하지만,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짐 스키너는 연간 약 9백만 달러를 버는 반면, 노동자들은 이의 5백 배나 적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을 뿐이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8.69 달러(약 9130원)에 해당하며 이 중 13%만 직장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연방 최저임금 기준인 7.25달러(약 7600원) 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다. 일례로 뉴욕시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연평균 수입은 11,000 달러(1160만원) 수준이다. 이들 중 다수는 20~30대 사이 젊은 여성노동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워킹푸어 직종이라고도 불리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 5일 파업에 참여한 맥도날드 노동자 알렉시스 바스께스는 “회사는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나는 버스비도 낼 수 없어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연구에 따르면, 미국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약 52%가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최소 1개의 공공부조를 받았으며 이 비용은 약 70억 달러에 달했다. 대조적으로, 미국 전체 노동자 중에서는 25%만이 국가로부터 부조를 받았다.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공공부조를 더 많이 받는 이유는 낮은 임금, 단시간 노동과 낮은 수당 때문이다.
<폴리시믹>에 따르면, 로렌스 F. 카츠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간의 경향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이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회사들은 새로운 노무관리, 파트타임 노동, 노동조합 약화와 최저임금법을 이용해 임금을 떨어트려 왔다”고 지적한다.
저임금 서비스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요구 시위는 단순히 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생활고 때문에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등 어려운 조건에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생활임금 쟁취 운동은 인간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파업투쟁으로 생활임금 인상을 내년 중간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시켜 놓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 최저임금 기준을 10.10 달러(약 10,610원)로 인상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 의원도 인상 방침을 나타내 생활임금 쟁취 운동에는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