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점거하라

최인기의 두개의 시선 그 누구든 도시공간의 전유권 누려야

2014-01-07     최인기

 

도시 공간에 대한 ‘전유(appropriation)의 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개인이 땅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상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소유권이라 한다면, ‘전유의 권리’는 도시공간이란 시민 다수가 함께 만든 집단적 작품이기에 모두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앙리 르페브르’라는 도시학자입니다.

 

자본주의적 산업화는 도시공간을 사적이윤을 극단적으로 창출하는 곳으로 변모시킨 지 오래입니다. 이윤을 찾아 이리저리 부유하는 곳이 되어버린 거리는 한때 환경과 역사 문화 복원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쓰고 도시 곳곳을 파헤치며 휩쓸고 다녔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장애인과 철거민, 노점상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를 비롯해 끊임없는 갈등의 현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장애인들의 저항 가운데 가장 잊지 못할 투쟁을 들라면 ‘이동권 투쟁’일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리를 나서서 이동할 자유는 누구에게 든 보장이 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그가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그 누구든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거나 실현하기 위해 도시 공간을 사용하고, 접근하고, 그리고 변형시킬 수 있으며 ‘전유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월드컵을 응했던 사례. 촛불시위대가 거리나 시청광장에 모여 문화제를 개최하는 것, 최근 들어서는 지난 대선 시기 국정원의 부당한 선거개입을 항의하는 것 등등 비록 공간을 소유하지 않았으나 누구든 거리에서 자신의 활발히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 또한 ‘전유의 권리’입니다. 따라서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크고 작은 싸움은 더욱 응원하고 박수받아야 합니다. 2014년 새해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모습은 그래서 당당하고 멋져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