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입모양만 쳐다보는 현실, 아시나요?"

2010 장활단, 인권위에 장애인고등교육권 차별에 대한 집단진정 대학 내 장애인 교육권 여전히 '효율성 없는 것' '우선 순위 아닌 것'

2010-08-12     홍권호 기자

▲2010 장활단은 장애인고등교육권 차별에 대한 집단진정에 앞서 12일 이른 10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고등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2010 장애민중연대현장활동단(아래 2010 장활단)이 12일 대학 내 장애인교육권 차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집단 진정했다. 이들은 이날 진정서 제출에 앞서 이른 10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고등교육권 차별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태용 씨(강남대 사회복지학과 2년)는 "어제 2010 장활단에서 고려대 편의시설을 조사했는데 몇몇 건물에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대신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라고 지적하고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지안내판이 드물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안 전광판이 아예 꺼져 있어 고려대는 장애대학생들에게 위험한 곳이자 기본이 돼 있지 않은 곳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한은솔 씨(한림대 광고홍보학과 2년)는 "한림대의 경우 장애학생특수지원센터가 있긴 하지만 동아리를 지원하는 업무도 함께해 정작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보다는 동아리를 지원하는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지난해부터 문자통역과 수화통역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진정서를 내게 됐다"라고 밝혔다.

2010 장활단 이종운 총책임자는 "고려대의 경우 장애학생지원제도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가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라면서 "시각장애학생에게는 전자도서가 제공돼야 하는데 저작권 문제로 지원되지 않고 있으며, 지체장애학생은 리프트가 설치된 건물은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청각장애학생은 도우미가 지원되지 않아 언어과목을 들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장애인고등교육권 보장을 촉구하는 2010 장활단.
  

2010 장활단의 인권위 집단진정에 대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구교현 조직국장은 "지난 2008년부터 장애인특수교육법이 시행돼 장애대학생의 교육권이 법적으로 보장됐지만 지난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와 인권위가 함께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라면서 "장애학생특수지원센터 설치, 특별지원위원회 설치, 학칙개정 등 법의 의무사항조차 지키지 않는 대학이 80%가 넘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장애대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 조직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시정권고뿐만 아니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라면서 "인권위는 이번 집단진정을 계기로 악질적, 고질적, 기만적으로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정권고가 아닌 시정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 장활단은 투쟁결의문에서 "대학에서 우리의 권리는 여전히 '효율성이 없는 것',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라면서 "전자도서가 없어 시험공부를 어떻게 할지 한숨 내쉬는 현실과 수화통역, 문자통역 없는 강의실에서 뻥긋거리는 교수님의 입모양만 쳐다봐야 하는 현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없어 강의실에 접근조차하지 못하는 현실을, 이젠 깨부수려 한다"라고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2010 장활단은 인권위에 집단진정서를 제출한 후 인권위에서 서울역까지 행진하며 장애인고등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현재 218개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인 대학생은 3,800여 명에 이르지만 학습도우미지원제도 이외에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별도의 편의지원 대책은 없다. 2010 장활단에 따르면 학습도우미지원제도 예산이 지난해에는 전년도 대비 4억 원이 삭감되는 등 지원이 오히려 감소해, 그마나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0 장활단이 인권위에서 서울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